[현장+] "콘크리트 숲 아니에요"···도시의 허파가 된 아파트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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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식재···사계절 균일한 아름다움 위해 다양한 관목·교목 사용
전문팀이 수종·관리법 연구···식재 까다로운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등장
기후 온난화로 자작나무 없어지고 남부지방있던 나무들은 수도권으로
휴게시설 등 결합된 체험형 조경 각광···국내 건설사, 글로벌 조경상 영예
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 수경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 연출과 입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미술품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 수경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 연출과 입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미술품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아파트 단지 조경이 글로벌 시상식에서 연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 사계절 균일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 다양한 식재를 고려했고, 실용적인 공간 조성을 위해 단지 공원 내 체험·휴식을 할 수 있는 시설물 설치도 유효했단 평가다.

지난 19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초그랑자이 단지 가운데는 큰 팽나무가 있다. 이 아파트 시공사 GS건설에 따르면 이 팽나무 공수 금액이 3억원에 이른다. 고가인 탓에 식재 당시 고사되지 말라는 제사까지 치른 귀한 나무다. 현재 팽나무는 튼튼하게 자리잡아 입주 3년차가 된 서초그랑자이 단지의 상징목이 됐다.

2019년 입주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의 대표 상징목은 독특한 부채꼴 모양의 반송 소나무다. 이 나무는 일반적인 반송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 반송의 경우 최소 1억원대부터 시작한다. 시공사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단지의 중앙광장에는 서산 소나무와 부여산 금송 등도 식재돼 있다.

조경이란 건축물 사이의 공간을 자연과 그 외 시설물 등으로 채우는 일이다. 한국의 아파트 조경 기술은 2000년대 초반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지상을 공원으로 꾸미기 시작한 이후 빠르게 발전했다. 현재 아파트 공사비에서 조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 내외로 알려진다.

특히 식재는 조경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데, 아파트의 조경 공사비 가운데 20% 가량은 나무를 사 오는 비용이다. 1000가구 아파트 기준, 높이 8m이상 교목 140그루 이상 식재가 평균이며, 이 나무들은 한 그루당 보통 1000만원을 웃돈다.

식재는 식물 수종의 질감과 색감, 형태에 의한 공간감을 고려해 계획된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록과 낙엽교목 등의 비율을 고려해 다양한 수종을 심어야 한다. 또 이들 식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식재해야만 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죽지 않는다. 아파트 건물로 그늘지는 곳과 볕이 잘 드는 곳도 고려해 볕이 드는 곳엔 소나무 등을 심고 그늘진 곳에는 단풍나무나 이팝나무 등을 심는다.

서초그랑자이 단지 가운데는 큰 팽나무가 있다. 입주 3년차가 된 이 단지의 상직목이 됐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초그랑자이 단지 가운데는 큰 팽나무가 있다. 입주 3년차가 된 이 단지의 상징목이 됐다. (사진=박소다 기자)

이에 대한 시행착오도 많았다. 삼성물산은 15년 전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 10억원을 들여 1000년 된 느티나무를 심었으나 몇 해 만에 죽고 말았다. 아파트 조경은 지하주차장 상부 인공지반에 식재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거대한 나무는 뿌리가 길고 굵어 자연지반이 아니면 식재가 까다롭다. 심지어 한 중견 건설사의 단지에선 나무 뿌리가 자라 돌출돼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 입주민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전문 조경팀을 꾸려 수목과 식재 공법, 사후 관리에 대해 연구한다. 지금은 골조콘크리트 위에 방수시트나 매스틱시트를 깔고 무근콘크리트를 덮고 다시 자갈배수층, 부직포를 덮은 뒤 1m 이상 깊이를 흙으로 덮어 지반을 만드는 시공 방식이 보편화돼 어지간히 큰 나무도 안정적으로 심을 수 있다.

줄기와 뿌리가 곧고 빨리 자라 인공지반 위에 식재가 어려웠던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개포자이단지프레지던스(GS건설 시공)에 등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선 고가의 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에 스마트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나무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소나무만을 선호했던 시절과 달리 최근 조경 추세에선 소나무 비중을 줄이고 과실수와 꽃나무 등을 많이 심는 추세다. 과거 수도권 아파트에서 유행했던 자작나무는 기후 온난화 때문에 최근에는 태백, 횡성, 인제 등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만 심는다고 한다. 대신 예전엔 부산이나 광주 등 남부지방 아파트 단지에만 있었던 배롱나무는 서울로 올라왔다. 삼성물산은 추위에 약해 남부 지방에서만 자라던 꽃나무 '목서'를 최근 수도권 아파트에서 활용하는 모습이다. GS건설도 제주도에서 팽나무를 사와 수도권 신축 단지에 심기 시작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휴게·운동시설 등이 결합된 참여형, 체험형 조경 공간을 선호하는 추세다.

(왼쪽)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4에서 대상을 받은 삼성물산의 '가든베일리'.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중앙 석가산 조경에 초대형 미디어 큐브 아트를 접목시켰다. (오른쪽) 올해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현대건설의 '티하우스'. 목재 소자의 삼각 오두막 디자인을 사용했고, 자연 속 휴식 공간 콘셉트가 특징이다.
(왼쪽) 올해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현대건설의 '티하우스'. 목재 소자의 삼각 오두막 디자인을 사용했고, 자연 속 휴식 공간 콘셉트가 특징이다. (오른쪽)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4에서 대상을 받은 삼성물산의 '가든베일리'.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중앙 석가산 조경에 초대형 미디어 큐브 아트를 접목시켰다. (사진=각사)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4에서 금상을 받은 삼성물산의 '그린 캐스케이드'는 단지 내 콘크리트 옹벽을 조경적 해법으로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녹지와 수경, 휴게시설로 구성된 이 공간은 안개 낀 깊은 숲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민 휴게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티하우스 주면에는 수경시설과 식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우건설의 '숲과 빛의 풍경'은 유리로 만든 글라스 하우스와 조명 디자인이 특징으로, 주간과 야간 모두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달성파크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에 조성돼 있으며, 마찬가지로 올해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 영예를 안게 됐다.

조경 시설 내 예술 작품 설치도 여전히 인기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에는 초대형 미디어 큐브가 중앙 공간에 설치돼 자연과 첨단기술이 한데 어울려 입주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롯데건설도 단지를 미술관처럼 느낄 수 있도록 '자연, 미술관 작품이 되다'라는 콘셉트로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설치해 차별화된 조경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에 설치된 권치규 작가의 'Resilience(레질리언스:회복력)-서정적 풍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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