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민생을 보는 다른 시각
[홍승희 칼럼] 민생을 보는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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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보며 거시경제를 보는 기획재정부는 국가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정책의 방향을 잡으려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체감하는 미시적 지표들은 어디를 봐서 나아지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거시경제지표도 정부가 주장하듯 개선되고 있다고 볼 여지는 희박하다. 수출이 개선된다거나 하는 주장이 미덥지 않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의 거대한 재앙의 때에 버금가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재정적자는 지난해 물경 87조원으로 단순히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표현으로는 실상을 상당히 미화하는 수준이다.

일단 수출은 주요 시장을 난폭한 가장이 밥상 걷어차듯 날려버렸다. 미국의 요구에 응했다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다른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시장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극단적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심지어 우방국들에게 대 중국 수출을 하지 말라고 강요한 미국은 꾸준히 대중국 수출을 진행해왔다.

미국이 그토록 성장을 막고 싶어 했던 화웨이의 최신 제품에 인텔의 칩이 사용되도록 허용한 것은 그 한 사례다. 한국산 반도체의 대 중국 수출에 강력하게 제동을 건 미국의 양면성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에 대해 적어도 한국 정부가 웬만큼 방어에 나서서 상황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앞서서 말대포를 쏘아대며 기업의 앞길을 막아버렸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대기업들은 바람 채운 풍선처럼 한쪽 시장에서 밀리면 다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식으로 어떻게든 대응해나간다. 또 기업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기초체력이 약한 개인과 소상공인들은 상황이 몰리면 돌파할 힘을 내기 어렵다.

정부는 물가도 안정세로 접어드는 것으로 여기지만 지금 물가가 오른 것이 수요가 늘어나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고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것인 만큼 물가가 상승요인보다 덜 오른다면 이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지 경제상황이 개선된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물가가 올라도 그만큼 성장률이 상승하고 또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지난해에 가계소득은 가처분소득 기준 오히려 줄어들었기에 심각한 것이다.

그래서 야당에서 전 국민 민생지원금 25만원 일괄 지급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는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러면서 하는 반대이유가 그다지 타당성이 없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지원할 경우 13조원 가량이 소요되고 이는 한해 정부 예산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예산운용에 크게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는 예산외 지출인 만큼 추경을 편성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친정부 언론은 우선 재정건전성을 해친다. 물가상승률을 자극한다는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이는 모두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이미 망가진 재정과 더불어 물가상승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선 작년 재정적자 87조원의 가장 큰 요인은 부자감세, 법인세 축소 등으로 인한 세수감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방세를 제외한 국세수입 감소는 약 52조원, 그 가운데 법인세 감소분이 약 23조, 소득세 감소는 약 13조원, 부가세 감소가 약 8조원이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팬데믹 기간 풀린 정부지출의 회수에 나선 데 반해 한국정부는 좀비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400조 이상의 자금을 시중에 풀어버렸다. 이러고도 물가가 안정되길 바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문제는 그렇게 풀린 돈이 시장을 살리기 위한 순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돌지 못하면 결국 기업활동도 위축된다.

정부가 평소 좋아하는 유수정책의 한 방법이 민생지원금 배포다. 지난 팬데믹 기간 중 효과를 봤듯이 일단 지역사회 내에서 실제 구매에만 쓰도록 지급방식을 선택하면 당장 가계의 숨통이 트일 뿐만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들의 숨길도 열어준다.

바닥에서 돈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들 입에 들어갈 음식재료를 살 때조차 순간순간 망설이고 고민해야 하는 중산층이 늘어나는데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면 정부통계에 신뢰가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민생은 거창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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