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예금 실종···갈 곳 잃은 대기성자금 '쑥'
연 4%대 예금 실종···갈 곳 잃은 대기성자금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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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정기예금 잔액, 한달 새 45조원↓
파킹통장 등 '대기성 자금' 규모 급증
"기준금리 동결에 요구불예금으로 몰려"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낮아지면서 사실상 연 4%대 수신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뭉칫돈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으로 몰리면서 은행들 역시 이런 자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는 2.60~3.60%이다. 지난해 말 최고 연 4%대까지 올랐지만, 시장금리 등이 하락하면서 정기 예금 금리도 떨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19개 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 35개 중 기본금리가 기준금리(3.5%)보다 낮은 상품은 30개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기본금리 2%대인 상품은 10개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4%대 금리인 상품은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으로, 기본 금리 3.70%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4.15%의 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판매하는 1조원 한도의 특판 상품으로, △대구은행 주택청약상품 보유 △DGB함께적금 동시 가입 후 만기 보유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81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약 45조원 줄었다. 올해 3월까지는 정기예금이 전월 대비 31조2000억원 증가했지만, 4월 들어 큰 폭으로 줄었든 것이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16조6000억원 늘고, 증권사 투자자예탁금도 7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연내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채권금리 하락으로 인해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28일 연 3.714%에서 지난 27일 연 3.618%로 하락했다.

반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줄면서 '대기성 자금'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6조337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올해 1월 말(590조7120억원)과 비교하면 25조6251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11차례 연속 기준금리(3.5%)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길 잃은 뭉칫돈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큰 이자 비용 없이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파킹통장' 등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다시 요구불예금도 빠르게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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