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회사만 함께간다···건설업계, 계열·자회사 지각변동
알짜 회사만 함께간다···건설업계, 계열·자회사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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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의 현금창출력 저하···불확실한 미래에 先대처 필요성↑
경기 좋을 때 신사업 확장 위해 했던 대규모 투자 부채로 돌아와
자회사 편입하는 SK에코플랜트···"매출 증대·재무안정 효과 기대"
재무 부담 덜고 유동성 확보위해 자회사 매각 고려 중인 GS건설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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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지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에 최근 건설사들이 경영 효율화 자구책으로 자회사 및 그룹 계열사를 매각·합병·편입하는 방안들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내 알짜 회사를 매입하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자회사 등을 매각해 부담을 더는 등 재무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회사인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두 회사는 SK그룹 내에서 '알짜' 회사로 불린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은 메모리를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마이크로 SD카드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8210억원, 영업이익 594억원을 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도 고순도 산업용 가스를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등 공급처가 확실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졌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75억원, 652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각각 1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우량자산 내재화에 따른 매출 증대, 수익성 향상, 재무안정성 개선 등 내실을 다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아이에스동서도 계열사의 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아이에스지주가 동서건설을 흡수합병했고, 다음달 아이에스동서가 계열사 '영풍파일'을 완전자회사로 흡수 합병한다. 영풍파일은 고강도콘크리트파일을 제조 및 판매하는 회사로, 자산총계 858억원 부채총계 140억원, 연 40~5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영풍파일은 아이에스동서의 콘크리트 사업과 동일한 사업품목으로, 운영에 따른 관리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 증대 등을 위해 이번 합병을 결정했다"며 "무증자 방식의 흡수합병으로 기존 지분구조에서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DL이앤씨 역시 올해 초 DL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했다. 양 사는 같은 DL그룹 계열 건설사지만 그간 엄연히 다른 회사로 구분돼 왔는데,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올해부턴 DL건설의 실적은 DL이앤씨에 반영된다. DL건설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1조2693억원으로 자회사 중에선 규모가 제법 있는 편이라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시 향후 DL이앤씨의 재무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양 사는 특히 박상신 대표이사 단독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회사를 편입·합병하는 이들 건설사와 달리 재무 부담을 덜거나 현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매각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GS건설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와 'GS엘리베이터' 매각을 최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GS이니마의 경우 20%가량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과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며, GS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분 매각 규모는 확정된 바 없으나 중국 업체를 포함해 여러 업체와 협상 중으로 알려진다.

GS엘리베이터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 341억원, 영업손실 161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GS이니마는 지난해 매출 4930억원에 당기 순이익 522억원,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430억원과 당기순이익 217억원을 올린 회사로 기업가치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워크아웃(기업 재무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은 최근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업체로 꼽히는 종합환경기업 자회사 '에코비트'의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외 사모펀드(PEF) 최소 3곳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기업 가치는 총 3조원대로 예상되는데, 2조원 중반으로 추산되는 매각가와 5500억원의 순차입금을 더한 금액이다. 매각 대금은 모두 경영 정상화에 사용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의 이러한 자회사 편입과 매각 등의 배경으로 불확실한 주택 경기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로 해석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부진에 올해 상반기 대부분 건설사들의 현금창출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상반기 10대 건설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은 11조67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3조9129억원대비 16.0% 감소했다.

아울러 위 언급된 SK에코플랜트, GS건설, 아이에스동서 등은 수익성이 안정됐던 수년 전 신사업 확장을 위해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이뤄진 대규모 투자로 부채비율이 증가해 현재는 재무 구조 개선이 필요해진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동안 주택 사업 침체로 인해 유동성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라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도 꽤 있는 만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실적이 나지 않는 자회사를 매각해 이자 등 재무 부담을 줄이고, 매각 대금으로 현금 확보를 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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