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추석 때 온 가족이 함께 보면 '큰일 날' 콘텐츠 4편
[OTT가이드] 추석 때 온 가족이 함께 보면 '큰일 날' 콘텐츠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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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 걸려 드러눕거나, 군침 돌아 더 먹거나
혹은 어린 아이가 되거나, 언쟁을 벌이거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연휴에 정주행하기 좋은 OTT 콘텐츠'를 추천한다. 대부분 긴 회차를 가진 TV 시리즈나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다. 명절을 혼자 보내는 사람은 집에 정주행하며 즐기고, 가족들과 모인 사람들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시청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만약에,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시청하는 OTT가 상황에 맞지 않은 콘텐츠라면? 리모콘을 쥔 사람과 그 주변 가족 모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틀지 말아야 할 OTT 콘텐츠를 소개한다. 

설령 이 기사를 무시하고 가족끼리 해당 콘텐츠를 시청했다가 일어날 불미스러운 일이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지기를 바란다.

프로야구는 1위팀도 화병 걸려 쓰러질 경기들이 속출하는 혼돈의 스포츠다. 사진은 지난 12일 롯데와 기아의 경기 모습. 이날 본 기자도 화병 걸려 쓰러질 뻔 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는 1위팀도 화병 걸려 쓰러질 경기들이 속출하는 혼돈의 스포츠다. 사진은 지난 12일 롯데와 기아의 경기 모습. 이날 본 기자도 화병 걸려 쓰러질 뻔 했다. (사진=연합뉴스)

◇ 티빙 '2024 프로야구'

올해 티빙이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가져온 것은 '신의 한수'였다. 올 한 해 동안 티빙의 점유율을 견인하는데 프로야구는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성과에는 역대급 명경기들을 선보이며 역대 최다 관중을 견인한 프로야구의 경기력도 큰 역할을 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어떤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에 대해 "이보다 더 한 주말예능이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프로야구는 '스포츠'라기 보다 예능에 가깝다. 1위팀인 기아타이거즈 팬들조차 30:6으로 패한 경기를 만들어 낼 정도로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병으로 쓰러지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온 가족이 모인 즐거운 한가위에 야구를 틀어놓고 욕설이 난무하는 풍경은 좋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이 계셔서 욕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하는 어린 야구팬들은 정말로 속이 타들어갈 수 있다. 

또 어떤 가족의 경우 부모와 자식 간에 응원하는 팀이 다를 수도 있다. 다른 가족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야구에 입문한 어린 팬들도 있을 수 있다. 부모자식 간에 응원하는 팀이 다르면 채널 주도권을 가지고 싸우거나 거친 응원이 오고 갈 수 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야구에 입문한 자녀들은 "왜 날 이런 야구에 발 들이게 했나요?"라며 부모를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프로야구는 피하도록 하자. 이는 본 기자가 롯데자이언츠 팬이라 화가 나서 쓴 글이 절대 아니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수험생에게 훌륭한 논술교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밥상머리에 정치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사진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캡쳐. (사진=콘텐츠웨이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수험생에게 훌륭한 논술교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밥상머리에 정치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사진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캡쳐. (사진=콘텐츠웨이브)

◇ 웨이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웨이브는 경영 효율화를 꾀한 이후 리얼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예능으로 큰 재미를 봤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더 커뮤니티)는 이런 재미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열린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예능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아마도 가족 중 수험생이 있다면, 논술 공부를 하기에 이보다 좋은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잘 만든 예능을 왜 온 가족이 보면 안되는 것일까? 이것은 대놓고 '정치 서바이벌'을 표방한 사회실험이기 떄문이다. 

'더 커뮤니티'에는 13명의 참가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유튜버부터 모델, 회사원, 정치인, 배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더 커뮤니티'는 이들의 성향에 대해 정치(좌파-우파), 젠더(페미-이퀄), 계급(서민-부유), 개방성(개방-전통) 등 4가지 지표로 분류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열어둔 상태에서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이면 '정치'는 밥상에서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아마 부모와 자식 간에 정치성향이 다르다면 밥상머리 대화로 피할 수 있지만, 세대 간에 이보다 더 활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는 없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으로 나눠서 대화해도 결국은 싸움이 나는 게 밥상머리 정치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 페미-이퀄, 서민-부유, 개방-전통 등 여야 갈등에서 확산된 다양한 이슈들을 두고 부모 자식 간에 대화가 이어진다면? 이런 대화 주제를 놓고 가족 간에 싸움이 없이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진정한 선진 정치문화를 이룩한 가족일 것이다. '더 커뮤니티'의 사회실험을 집안에서 해보고 싶다면 시청을 권한다. 

명절 음식을 얼마나 먹었든 이 작품은 당신을 배고프게 할 것이다. 사진은 '삼겹살 랩소디' 캡쳐. (사진=넷플릭스)
명절 음식을 얼마나 먹었든 이 작품은 당신을 배고프게 할 것이다. 사진은 '삼겹살 랩소디' 캡쳐.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랩소디 시리즈'

KBS '다큐인사이트'에 편성된 '삼겹살 랩소디', '냉면 랩소디', '한우 랩소디', '짜장면 랩소디' 등 소위 '랩소디 시리즈'로 알려진 이 작품은 각각 2부작으로 구성돼있다. 이 작품은 이엘TV라는 외주 제작사에서 만들어져 KBS와 넷플릭스에 공동 편성됐다. 제목에 언급된 삼겹살, 냉면, 한우, 짜장면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유익함'으로 따진다면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유익하다. 그런데 왜 가족끼리 보면 안되는 것일까? 사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가족'보다 '추석'이다.

명절에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평소에는 먹어보기 힘든 음식들을 양껏 먹고 나면 이전보다 조금 힘에 겨워 하는 바지를 만날 수 있다. 그 정도로 배가 불렀다면 이제는 어떤 음식을 봐도 군침이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랩소디 시리즈'를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랩소디 시리즈'는 음식을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이다. 그 말은 곧 '음식을 정말 맛깔나게 찍었다'는 의미다. 실력있는 PD들이 최고급 카메라로 음식을 찍었으니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게 찍혔다. 장담하는데 명절 때 당신이 얼마나 많이 먹었든 이 프로그램은 당신의 군침을 돌게 할 것이다. 명절 때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르고 더 먹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작품은 피하는 게 좋다.

다 큰 어른이고 싶었던 자녀도 이 작품을 보면 부모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있다. 사진은 25일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는 '인사이드 아웃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 큰 어른이고 싶었던 자녀도 이 작품을 보면 부모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있다. 사진은 25일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는 '인사이드 아웃2'.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디즈니플러스 '인사이드 아웃'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디즈니를 먹여 살린 흥행작들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눈시울을 붉게 만들면서 세대 간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기자는 왜 픽사 애니메이션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왜 '가족끼리 보면 안된느 콘텐츠'로 언급했을까?

다름 아니라 '인사이드 아웃'은 눈물을 참으며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대책없는 신파'라서 그런 게 아니라 공감과 위로에서 나오는 눈물이다. 이 작품을 본 부모는 아이들이 크는 과정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힐 수 있고 자녀들은 철 없던 어린 시절의 감정들이 떠올라 위로 받을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장난감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들여다 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있다. 특히 '토이스토리3'의 엔딩 장면은 본 기자가 꼽는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토록 화려한 피날레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픽사는 그 기대를 배신하며 4편을 내놨다. 

디즈니플러스는 추석 이후인 9월 25일에 '인사이드 아웃2'를 공개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라일리가 새로운 감정들과 마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2'는 전편보다 더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들을 다룬다. 그 다양한 감정들을 알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온 가족을 위한 작품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걸 권장하진 않겠다.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자녀가 부모 앞에서 만화 보면서 우는 모습은 다소 부끄럽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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