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사망선고'로 전락한 건설사 워크아웃
[긴급진단]'사망선고'로 전락한 건설사 워크아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주물량은 줄고, 자금 확보는 어렵고…중견건설사 진퇴양난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건설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수주물량 급감과 주택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월드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하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월드건설 사태를 단초로 부도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시장 관계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수주물량이 급감한 상태서 고강도 구조조정만으로 기업을 회생시키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제2, 3차 구조조정을 거치며 채권단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했지만, 구조조정 작업만으로 기업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올해 집값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분양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해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을 옥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월드건설의 경우 워크아웃 이후 신규수주를 한건도 올리지 못하며 경영여건이 더 악화됐다"라며 "분양시장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고 있지 못해 상당수 업체들이 아예 분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월드건설 또한 워크아웃 이후 채권단의 통제를 받았지만 신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을 감안하면 중견건설사들의 고충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특히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여오던 유동성 문제가 여전해 상반기 건설시장엔 고난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견건설사들의 링거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새해 들어 크게 급감했고 신규 PF대출 조차 어려워 건설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차 구조조정을 통해 워크아웃에 돌입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PF대출 등 신규자금 확보가 어려운 점"이라며 "게다가 공공물량까지 급감하며 사실상 경영자체가 올스톱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일군 대형건설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택건설업체들은 공통의 위기에 빠져있다"라며 "제2의 월드건설이 조만간 속속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건설사들이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하더라도 주택사업 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경우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PF대출 연장을 꺼리거나 신규PF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분위기라 자금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실기업을 살리겠다는 워크아웃이 '사망선고'로 전락하자 해당 기업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금융권의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워크아웃 이후 PF연장 등 금융지원을 통해 어떻게든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부실기업은 아예 시장에서 퇴출, 시장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벽산건설의 경우 과도한 부채 때문에 워크아웃이 결정됐지만 이익률이나 유동성 지표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잰걸음을 거듭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수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워크아웃 이후 위기가 더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설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부실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이 옳지만 일단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상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