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주공2단지, 주민설명회 둘러싸고 '시끌'
고덕주공2단지, 주민설명회 둘러싸고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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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꿍이가 있다"vs"직장인·자영업자 배려"

[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그간 서울시 공공관리제도 모범사례로 평가받아온 고덕주공2단지가 재건축 추진 방식을 놓고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공공관리제란 재개발과 재건축·뉴타운 사업을 추진할 때 공공관리자(구청장)가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설립, 설계·시공사 선정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돼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공관리제도와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이 적용돼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는 최초의 시범구역인 고덕주공2단지 조합원들이 서울시가 마련한 '표준계약서'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조합원들이 27일로 예정된 주민설명회와 관련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청, 조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강동구민회관 3층 대강당에서 '공공관리자 선정기준 및 선정방법 안내'를 위한 주민설명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는 그간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해왔던 조합원들의 요구와 달리 사실상 '도급제'를 강요받게 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가 새롭게 만든 '표준계약서' 규정에 따르면 공사예정금액을 조합이 제시하고, 이에 맞춰 시공사는 '공사비 산출계약서'를 계약시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공사비를 제안하도록 했다.(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 48조 제1항)

아울러 시는 재건축사업 공사대금 지급방법에서 '현물'을 삭제하고, 현금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미분양 발생시에만 현물로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같은 내용이 사실상 '도급제' 방식만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강동구 보금자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일부 조합원들의 탄원서와 청원서를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로 각각 제출하는 한편, 고덕주공2단지 소유자 모임(일명 지킴이)의 조합원들도 합세해 조합들은 서울시 공공관리과와 강동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왔다.

이후에도 고덕주공2단지 소유자 모임(일명 지킴이)의 일부 조합원이 삭발식을 감행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자 서울시는 이달 17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다시 일정을 변경해 27일 오후 7시에 주민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현재 시는 설명회 주관만 하고 강동구청 주최하에 열리기로 예정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는 "내년으로 미룬 설명회를 갑자기 올해 말로 바꾸고, 당연히 낮시간대에 열리는 주민설명회를 '오후 7시'라는 저녁시간에 하는 거 자체가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시가 인사이동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소문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사에 반해 '도급제'를 강행할 경우 2800여 세대의 조합원들이 집회 등을 통한 실력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우택 고덕주공2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은 "내년으로 연기됐다가 27일에 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당초 이달 17일로 하기로 한 내부결정 사항이 밖으로 새나갔고, 23일에 하려다가 시간이 촉박해 27일로 결정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공사 선정은 지분제가 됐든, 도급제가 됐든간에 조합원들이 원하는대로 결정할 것"이라며, "사업 주친 역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가 그간 고덕주공2단지를 공공관리자 제도의 모범사례로 소개해 왔지만, 실상은 공공관리제 적용으로 1년이 넘도록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하고 서울시의 치적 홍보에 이용당했다"며, "강동구청을 앞세워서 연말 주민설명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홍보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연말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예고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인사이동과 연관 짓는 것은 조합원들의 오해"라며, "공공관리제는 박 서울시장 취임 전부터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향후 진행 방향 등을 설명하고자 순수한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명회 시간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정한 것이고, 일정 역시 조합원들의 요구로 앞당겨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은 당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곧바로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양 측의 대립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조합 측은 내년 5월까지는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설명회를 비롯한 향후 협의 등을 통해 진척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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