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가 오르는 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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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최근 코스닥협회에서 코스닥 기업 IR담당자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이 끝난 후 20여명의 IR담당자들과 조촐한 식사자리가 있었는데 그들의 하소연은 '시장이 우리를 너무 몰라준다'였다.

A 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주가는 기업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적으로 정말 좋은 기업임을 알려주고 싶습니다"라고 씁쓸해했다. B 기업 관계자도 "최근에 거래소가 테마주 기업이 맞는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가 왜 테마주 기업입니까"라고 답답해했다.

코스닥 시장은 최근 정치 테마주 열풍으로 테마주와 非테마주로 갈리는 양상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내실있는 기업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90%가 넘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주가변동폭이 크고 싸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들어올 뿐이다. 사명에 '바이오'가 들어가 있는 모 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바이오산업을 하는 건 맞지만 바이오가 들어가는 이유로 시장에서 이렇게 괴롭힐 줄 몰랐습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물론 주가상승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IR담담자들에게는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테마주의 경우 기업 본질과 무관하게 엮이고, 나중에 주가가 빠지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C 기업 관계자는 "정말 많은 문의 전화가 옵니다. 우리가 테마로 엮인 게 맞는지요. 나중에 시장에서 테마가 아니라고 밝혀지면 '팽'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특허받은 사실조차도 오히려 감출 정도라고 귀띔했다. 정치테마주로 인식되고 있는 이상 주가가 빠질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IR담당자는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나왔으면 한다는 심경까지 내비쳤다. 주가 급락 과정에서의 투자자 항의를 염두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이같은 점을 악용해 '작전세력'이 공공연하게 접근해 오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D 기업 관계자는 "주가를 관리해주겠다는 전화도 자주 받습니다. 거래가나 유통주식수가 작다보니 '돈 있는 사람'들이 마음먹으면 가능하겠지요.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응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올해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로  '좋은 기업이 주가도 좋다'라는 공식이 코스닥 시장에서 깨지고 있다. IR담당자마저도 시장에서 숨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테마주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앞서 경험했듯 정치테마주의 폐혜는 금융당국이 나선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 모두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건전한 기업과 금융시장 발전의 밑거름은 정직한 투자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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