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7.24대책'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하고 매수수요도 증가하는 등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정책효과에 대한 양극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대책 발표 후 서울 아파트값·거래량 증가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24대책이 발표된 이후 한 달 간(7월25일 대비 8월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7% 올랐다. 매주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값도 6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통상 7월 말에서 8월 초가 부동산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새 경제팀의 규제 완화 '약발'이 먹힌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매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에 0.39% 떨어진 것을 비롯해 2011년 (-0.12%), 2012년 (-0.54%), 2013년(-0.13%) 등 최근에는 모두 내림세를 기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DTI, LTV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라 시장 회복 기대감이 번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주택 구매심리가 더욱 개선되는 등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약발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전년동기(3만9608건)대비 94%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하는 8월 매매거래량(22일 기준)도 4482건을 기록, 전년동월(3124건)대비 42.65% 급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다방면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도 약간 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 강남-非강남권, 지역별 격차 발생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뚜렷해지면서 지역간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강남권 내에서도 재건축과 기존 아파트간 격차를 보이고 있어 미시적인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있음이 증명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0.51% 급증했으며 이어 강남구(0.38%), 강동구(0.36%) 순으로 강남권역에 속하는 지역이 수도권 전체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0.17%)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이들 지역을 포함해 서울 25개구 중 평균 상승률은 뛰어넘은 곳은 강남권역 3개구와 관악구(0.28%), 중구(0.19%)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20곳은 가격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지면서 규제완화의 기대감이 미치지 못했다. 특히 동대문구와 은평구 등 2개구는 지난 한 달 간 보합세를 보였고 영등포구(-0.02%), 강서구(-0.08%), 용산구(-0.10%), 구로구(-0.17%) 등 4개구는 하락했다.
한편 강남3구로 불리는 송파구는 비슷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싱크홀 악재'가 터지면서 상승률(0.13%)이 서울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LTV·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거래활성화로,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규제 완화 혜택이 강남권과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표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강남권 내에서도 재건축-기존아파트 격차
뿐만 아니라 재건축 안전진단과 소형주택의무비율 기준 완화 등 정책의 혜택이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기존 아파트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실제로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 한 달 간 0.5% 상승해 일반아파트 상승률(0.11%)을 압도했다. 강남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6월 8억1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7월에는 6000만원 이상 올라 8억7250만원에 거래됐다.
아울러 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는 급매물이 소진 된데다 일부 매물이 회수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한신2차, 한신6차, 우성 등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3500만원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반포자이, 방배래미안 등 기존 단지는 보합세로, 최고 1000만원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수도권과 지방의 가격 상승률 차이에 근거한 '수저지고' 현상은 디커플링의 초기 모습이었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 오름세가 뚜렷한 반면 기존 단지는 약보합세를 보여 앞으로 디커플링 현상은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