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늘고·청약률 오르고·미분양 줄고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올 한 해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은 '쾌청' 단어 그대로였다.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졌을 뿐만 아니라 청약 성적도 양호했기 때문이다.
특히 9.1대책 이후 청약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2007년 인터넷 청약시행 이후 사상 최다 1순위 청약자가 몰렸다. 게다가 미분양 소진도 급속히 이뤄졌다.
다만 신규 물량의 가격 및 입지 요건에 따라 '되는 지역'과 '안 되는 지역' 간 쏠림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 분양물량, 11년 만에 최대치 공급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4년도 분양물량은 전년(28만2943가구)대비 21% 증가한 총 34만235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25만6362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시장은 연초부터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리인하 등 호재가 이어진데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매매가와 전셋값 간 격차 감소 등이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건설사들이 시장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미뤄왔던 사업들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배곧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에서 물량이 쏟아졌다. 모두 13만507가구가 공급됐으며 지역별로는 서울이 3만3387가구, 경기 8만8843가구, 인천 8277가구 등이다.
지방에서는 21만1851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에 이어 영남권에서 물량이 풍부했다. 특히 대구 달성군의 경우 1만6523가구가 공급되면서 분양물량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세종시, 경기 화성시 등에서 공급이 많았다.
◇ 1순위 마감단지 속출 등 청약 성적, '호조'
청약 성적도 호조세를 보였다. 올해 전국 청약경쟁률은 12월까지 7.14대 1로, 지난해 2.84대 1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올해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지난 10월 분양한 부산 '래미안 장전'으로 평균 1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958가구 공급에 1순위 청약에만 14만63명이 몰려 청약자 수도 전국 1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청약자 가운데 부산 거주자만 13만2410명이 달해 당시 부산 1순위 청약자 36만4000여명 중 2.75명 중 1명꼴로 청약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경쟁률이 두 번째로 높은 단지는 7월에 선보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브라운스톤 범어'로, 124가구 모집에 1만7602명이 청약, 평균 14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10월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위례 자이'는 451가구 공급에 6만3295명이 청약, 평균 140.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부산 '대신 푸르지오' 131.3대 1,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 라온 프라이빗' 118.7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SH가 분양한 세곡2지구 6단지 공공분양아파트가 평균 8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임병철 부동산114 과장은 "올해 청약열풍은 부산과 대구 등 지방이 주도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방 청약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1순위 가입요건이 6개월로 짧고 일부 원정 떴다방 등 가수요가 가세한 것도 과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1순위 마감단지도 속출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2월8일 기준 올해 전 타입 1순위 마감단지는 전년대비 2.3배 늘어난 총 144곳으로 집계됐다.
1순위 마감단지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으로 대연2구역, 서대신7구역, 장전3구역 등 재개발 단지가 인기를 끌었다. 경기의 경우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동탄2신도시 등에서 1순위 마감이 이어졌다.
반면 서울은 1순위 마감단지가 오히려 3곳이 줄었고 대전과 인천, 강원은 단 한 곳도 1순위에 마감된 곳이 없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호조세를 보인 분양시장에서도 청약은 지역별로 격차가 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인기지역 쏠림현상
이처럼 일부 특정지역에만 청약자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서는 재건축, 신도시, 택지지구에 수요자가 몰렸고 지방은 재건축·재개발, 혁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있거나 입지가 양호한 곳만 열기를 이어갔다. 반면 소규모 단지나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은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지난 9월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193개 단지 중 43%에 해당하는 94개 단지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다. 특히 이 기간 전국에서 1순위 청약을 신청한 91만5576명 가운데 1~30위 상위 단지에 몰린 청약자만 73만6486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의 경우 이 기간 공급된 19개 단지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공급된 7개 단지 1순위 청약자 수가 1순위 전체 청약자 3만9276명의 81%에 해당하는 3만1906명이었다. 강북에서는 유일하게 종로구 교남동에 공급된 '경희궁 자이'에 1순위 3302명이 청약했다.
수도권도 인기 신도시와 비인기 신도시 간 청약경쟁률이 극명하게 갈렸다. 수도권 1순위 청약자 14만8666명 중 95%에 해당하는 14만2151명이 광교나 위례, 미사강변, 광명역, 동탄 등 인기 신도시에 청약했다. 9월 이후 분양된 42개 단지 중 31개 단지는 3순위까지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상위 20개 단지의 1순위 청약자 수(61만7681명)가 전체 118곳의 1순위 청약자 수(73만1002명)의 84.4%에 해당한다. 상위 20개 단지 중 10곳은 부산과 경북 경산시였으며 울산·세종시 3곳, 충남 천안시·광주에서 각각 2곳, 전북 전주시 1곳이었다.
◇ 분양 열기에 미분양도 '급감'
한편 이 같은 분양 열기는 미분양 아파트 소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6만1091가구였으나 올 10월 말 기준 4만92가구로, 2만999가구 줄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1만3473가구가 줄었고 지방에서는 7526가구가 줄었다.
특히 7.24대책 이후 금융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저평가된 미분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소세가 나타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8월부터 미분양 문의 증가와 함께 계약이 늘기 시작해 9월 들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며 "주택 구매심리가 개선되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미분양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