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계대출 증가, 기업 두 배의 의미
<분석>가계대출 증가, 기업 두 배의 의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비투자 꺼리고 한편에선 투기열풍"...경제 건전성 회복 시급



중소기업대출 회복세는 그나마 다행


2001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가 기업대출증가의 두 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 결과, 올9월 현재엔 기업대출 잔액이 가계대출 잔액에 못미치는, 보기드믄 상황에 이르렀다.

기업과 가계 모두 중요한 경제 주체이지만,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많다는 것은 이상적인 구조는 아니며, 경제의 '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우선 과거에도 이런 희귀한 현상이 있었는지부터 되짚어 봐야할 것 같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15조3천억원에 달한데 비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은 116조5천억원에 그쳤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은행의 전체대출 증가액 331조8천억원중 65%를 가계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2001년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89조5천억원으로 당시 가계대출 잔액 115조7천억원을 크게 웃돌았었다. 그 이후 가계대출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올해 9월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306조원으로 가계대출 잔액 331조원에 못미치는 상황으로 뒤바뀐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52조7천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으며 나머지는 신용대출이다.

기업대출 중에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136조6천억원인 반면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17조2천억원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의 경우 기업대출이 15조원 증가하는 동안 가계대출은 2배 가까운 29조4천억원이 늘었으나 올해들어서는 9월말까지 가계대출이 26조2천억원 증가한데 비해 기업대출은 30조7천억원이 늘었다.

결국, 은행 대출의 가계 집중현상은 은행들이 위험성이 큰 기업의 설비 및 운전자금 대출보다는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쪽에 치중하는 영업전략을 펼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올들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중이 역전되고 있는 것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 억제를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창구지도에 따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되면서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 대출 경쟁에 나선데 따른,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을 크게 능가한다는 것을 큰 맥락에서 파악할 경우 자금이 생산적인 용도보다는 주로 소비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와 곧바로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한마디로 기업은 설비투자에 나서는데 주저한 반면 가계는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싸여 있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동안의 우리경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간 자금의 양극화 현상심화, 중산층 감소와 빈곤층 증가에 따른 생계용 자금 차입증가등도 가계와 기업대출 역전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경제 현실이 더욱 비관적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가계대출 증가가 내수진작에 도움을 줬다는 그 어떤 지표도 없다. 
 
결국, 이는 단순한 하나의 지표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은행들의 영업전략, 기업들의 경영전략, 일반가계(개인)들의 살림살이 전략, 그리고 국가적 차원의 경제정책(전략) 전체가 총체적으로 '좋지않은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우려된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이 있다면, 중소기업대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