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7년 만에 80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일 금융당국은 H지수의 폭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처음으로 ELS 손실 추정액을 부분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 이는 지난해 9월 중국발 위기로 금융당국이 ELS 규제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몰이 한 ELS를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특히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총량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상당수 증권사들은 '지금이 바닥', 혹은 '고객이 찾는다'라는 이유로 당국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이후에도 ELS 판매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려왔다.
사실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면 금융당국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은 증권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부터 '과도한' 규제에 나서왔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는 '드라마틱한 반등'을 예상하며 당국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ELS는 지수형 기준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손실 난 적은 없었다.
또 홍콩 H지수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떨어진 때는 지난 2014년 9000포인트까지 떨어질 때인데, 이는 당시 중국 그림자금융에 대한 공포가 절정이었던 시기였다. 반대로 2014년 말에는 1만2000포인트 인근까지 올라서기도 했는데, 이때는 H지수가 너무 많이 올라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높았었다.
물론 증권사들의 바람대로 향후 중국 증시는 드라마틱한 반등세를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는 '쏠림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증권사들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내시장의 경우 변동성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이 많지 않아 쏠림현상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증권사들도 "ELS 말고는 대안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이 상품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결국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홍콩 H지수만 쳐다봤던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ELS 공포는 증권사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얘기다.
이에 업계 내에서도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증권사 스스로 헤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ELS에 대한 기초자산을 더욱 다양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는 금융투자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여러 장애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본시장 규제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 역시 당국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