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퇴직 후 빚에 쫓기다 파산에 이르는 '노후파산'이 한국에서도 현실화 될 수 있다는 통계가 처음 나왔다. 노후파산은 수명이 길어진 노인들이 불안정한 소득과 병치레 등으로 경제적 곤궁에 시달리다 파산하는 현상이다. 일찌감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올해 1월∼2월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린 1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428명(24.8%)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국 최대 파산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이 연령대별 파산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경제활동 계층인 50대(37.2%)보다는 적지만 40대(28.2%)와 비슷하고 30대(8.9%)는 크게 웃돈다. 법원 측은 "특히 노년층의 수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라며 "젊은 사람들은 빚을 져도 근로 능력이 있어 벌어서 갚을 수 있지만 노인 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법원은 노인이 소득이 있다 해도 생계비 등을 제외하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돼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노인의 28.9%가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3명 중 1명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어 충분한 벌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201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중 1위다. OECD 평균 12.6%의 4배나 높은 수치다. 여기에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자금은 점점 바닥나고 암이나 치매 등 노환을 앓기 시작하면 빚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