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vs 금투협, 누구를 위한 '밥그릇 싸움' 인가
거래소 vs 금투협, 누구를 위한 '밥그릇 싸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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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과거 회사채·공사채 발행 놓고 대립…이번엔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이전투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좀처럼 활성화 되지 않는 사적자본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지만 일각에서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금투협과 이를 막으려는 거래소가 펼치는 주도권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다음달 초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 'K-OTC 프로(PRO)'를 개설한다. 금투협은 K-OTC 프로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 혁신 비상장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전문 기관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공짜 점심은 없다"며 전문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한시적인 거래 수수료 면제와 기업가치평가 정보를 무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금투협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혁신 비상장 기업 주식을 K-OTC 프로를 통해 매각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문제는 K-0TC 프로가 기존 금투협이 운영하고 있는 K-OTC, K-OTC BB, 거래소의 스타트업마켓(KSM)과 큰 틀에서는 동일한 플랫폼(시장)이라는 점이다. K-OTC와 KSM을 통해서도 기관 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존 시장들은 설립 후에도 거래가 거의 없어 사실상 '죽은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문을 연 K-OTC의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6월 현재까지도 상장시장의 0.07% 수준인 6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주식거래세를 장내시장과 동일한 0.3%로 낮췄지만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띄지 못하는 모습이다.

KSM의 경우 거래금액이 1억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개설 후 KSM에서 거래가 이뤄진 종목은 셈스게임즈, 모헤닉게라지스 두 종목에 불과하다. 그나마 모헤닉게라지스 1종목에서 6606만원의 거래가 체결됐다. 셈스게임즈는 겨우 108만원에 그쳤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관리가 더 필요한데도 금투협이 수급만 분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금투협과 거래소간 신경전이 이 같은 시장 난립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과거 두 기관은 회사채와 공사채 발행 시장에서도 비슷한 갈등을 빚어왔다. 금투협이 하나의 사업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거래소가 슬그머니 비슷한 시장을 하나 더 개설해 결집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예컨데 금투협이 K-OTC를 열자 거래소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활용해 KSM을 구축, 시장을 양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협은 다음달 초 K-OTC 프로를 또 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이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을 통해 얻는 수익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국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실익 없는 기싸움만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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