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발생 원인-유기체의 역량 미흡 
[김진항 칼럼] 위기발생 원인-유기체의 역량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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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어떤 유기체든 자신을 지킬 능력이 없으면 위기에 노출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병에 걸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평소 능력을 키워 유지해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회사, 나라도 마찬가지다. 

유기체의 역량은 물리력과 정신력으로 구성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물리력에 해당하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이고, 정신력은 다른 나라와 관계를 관리하는 외교력과 국내 역량을 결집하는 정치력이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서 당한 수많은 외침은 핵심 가치를 지킬 군사력과 외교력이 부족하고, 정치력이 미흡한 탓이다. 치욕적인 일제 강점기 때는 국가존망의 위기를 넘어 민족말살 위기까지 이르렀다. 6·25전쟁에서도 국가존망 위기를 겪었다. 

이후 6·25전쟁이 정전상태로 지속되면서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은 우리의 안보위기로 작동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현존하는 심대한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리 역량이 부족한 탓에, 미국과 북한 간 회담 결과에 따라 우리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신세다. 다시 한 번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느껴진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은 세계경제 시스템 속에서 외환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경제적 위기였다. 외침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은 후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경제력이다. 경제력은 물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토대인 동시에 내부적 단결과 성장을 견인한다.

유기체의 기본 단위인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물리력은 완력, 면역력, 경제력이다. 강력한 통제력을 갖는 국내법 하에서 개인이 물리력에 의한 위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강도와 같은 극단적 상황 하에서는 자신을 지킬 물리력이 없으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개인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질병이다. 이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면역력이 필요하며, 면역력을 초과하는 질병의 공격에도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력은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개인의 핵심적 가치를 지키는데 필수 역량이다. 경제력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하고 번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개인에게 정신적 역량은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그것은 지식, 교양, 친화력, 리더십, 공감력 등이며 자체로서 핵심적 가치를 지키는데 기여하지만, 물리력을 증강시키는 구실도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유기체는 국가와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각종 조직이다. 이것은 혈연과 사회적 조직 모두를 망라한다. 각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가 존재하고, 추구하는 목표에 의해 핵심 가치의 경중이 매겨진다. 군대는 무력이 가장 핵심 가치이고, 회사는 경제력이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 

조직 역시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물리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어떤 유기체든 핵심 가치를 지켜낼 역량이 부족하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을 지킬 능력 배양에 소홀하고, '설마'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세월을 허비한다면 위기를 당하고 난 후에 땅을 치면서 후회하기 십상이다. 그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지나간 버스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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