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사고에서 시작된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면 위기가 발생한다.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사고예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할 경우 위기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유기체의 상황판단 능력이나 변화대응 능력 역시 CEO 몫이다. 세상 만물은 생장성쇠(生長盛衰) 과정을 거친다. 특히 유기체가 겪는 생장성쇠가 더 확연하고 심각하다. 모든 것들은 태어나서 자라고 결실을 맺어 새로운 생명 탄생을 위해 쇠락한다. 이를 보통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고 표현하고 동양철학에서는 오행(五行)으로 설명한다.
위기의 광의적 개념은 '유기체의 핵심적 가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위기관리에서 다루는 유기체가 위기에 노출되는 것은 쇠락의 모멘트(Moment)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국가, 가정, 개인이 위기에 처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쇠락의 모멘트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기체는 성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성장 속도가 유지되지 못하는 순간 위기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유기체가 성장하는 요인을 알고 그 요인이 지속되도록 하면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노력한 CEO의 출중한 역량 때문이다. 반면 필름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코닥이나, 핸드폰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던 노키아가 사라진 것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CEO의 능력 탓이다.
20 세기 초반 부국으로 꼽히던 아르헨티나는 지도자(CEO)의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에 빠져 지금도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신양명과 권력유지를 위해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호도한 결과를 잘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Toynbee)의 주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란 책에서 문명의 발전을 '도전과 응전'이라고 보고 "한 문명이 성장을 거듭하려면 응전을 주도할 '창조적 소수'에 의한 창조적 능력이 계속적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조적 업적을 대중이 뒤따라 수용해야 한다"고 썼다.
토인비는 이러한 창조적 소수에 의한 창안과 대중에 의한 모방을 통틀어 '자기결정'이라 부르고, 문명의 성장은 이러한 '자기결정'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봤다. 또 문명 쇠퇴의 근본적 원인을 내적요인에서 찾는데, '자기결정' 능력을 잃어버림으로써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문명을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체로 대체하면 다음과 같은 명제가 만들어진다. 모든 유기체 역시 '자기결정'능력이 없으면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 마련이다. 만물은 변한다. 창조적 소수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변화대열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그 영향으로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위기는 곧 CEO의 능력에 크게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 CEO는 회사 같은 조직에서 나온 말이지만 국가나 개인에게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국가 위기는 대통령이나 총리의 능력에 달려있으며 개인의 위기는 두뇌에 달려있다. 국가나 조직의 CEO는 사람이고, CEO는 두뇌다. 결국 CEO의 능력은 두뇌의 역량이다.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하면 모든 유기체의 핵심적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