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사고발생 원인
[김진항 칼럼] 사고발생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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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모든 위기는 작은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최상의 위기관리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완벽한 사고관리 시스템을 작동하여 사고가 더 이상 재난이나 위기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위기의 단초인 사고란 '시스템의 작동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은 내부와 외부에 있다.

내부 원인 중 첫째는 '무지'다. 시스템 운영자들이 작동 원리와 방법을 모르면 사고로 이어진다. 둘째는 '방심'이다. 시스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경우 방심하기 쉽다. 사람은 보통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 긴장하지만, 익숙해지면서 긴장이 풀린다. 이때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긴장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사람은 긴장하고 있으면 이완하고 싶고, 이완 상태에서는 긴장을 원한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사람이 계속 긴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몸에 필요한 생리적 에너지를 계속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장을 유지하려면 교감신경계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하지만, 대신 몸이 스트레스를 겪는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긴장을 늦추고 심리적으로 편한 상태가 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이와 같은 생리적 현상이 위험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 경계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적 일탈현상은 사고로 연결된다. 

'비전략적 사고'도 내부 원인 중 하나다. 사람은 당면 문제에 집중하기 쉽다. 미래보다 당장 이득을 더 중시하기 십상이란 뜻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수렵생활을 통해 형성된 원시인 심리 3가지 중 하나다. 

안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미래 혜택보다 현재 이득을 따진다. 비용 절감이나 생산설비 확충에 따른 이윤의 확대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안전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안전에 대한 투자 결과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 효과를 과소평가한다. 재정상태가 열악한 소규모 조직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하므로, 사고 발생 개연성이 더 크다.

안전에 대한 노력의 최대 효과는 지금처럼 '안전한 상태'다. 안전한 상태가 투자 결과란 사실을 잊곤 하는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안전한 상태가 변하지 않고 지속되면 저절로 주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안전에 관한 노력은 잘 해야 본전이고, 안전에 대한 활동으로 표창을 받는 일은 드물다.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동안 물 밑에서 발을 쉼 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주변 환경이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의사결정권자의 오판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무리수'도 사고발생 원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나가는 권위주의적 조직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 사고는 빈번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목표를 무리하게 제시했을 때 부하직원들은 그것이 안 된다고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하게 된다. 그러한 일들이 얼마간은 유지되겠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면 반드시 터지고 만다. 이렇게 발생하는 사고는 그 지속기간에 비례해 크기가 결정된다. 

사고의 외부 요인은 '자연', '인간', '사회적 현상'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시스템에 악영향을 주는 자연현상은 태풍, 폭우, 가뭄, 강풍, 폭설, 혹한, 혹서, 지진, 해일 등이다. 시스템이 자연현상에 의해 방해를 받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사고다. 

인간의 악한 행동에 의해서도 사고가 발생한다. 외부 조직이나 개인이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비고의적 행동을 저지른다. 방화, 강도, 사기, 공갈, 협박, 테러, 사이버공격 등 고의적 사고는 범죄이고, 교통사고 같은 비고의적 사고는 실수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 배분에 불만을 품은 집단이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고 자신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간접적 공격을 감행한다. 시위, 파업, 폭동 등이 사회적 현상에 따른 사고에 포함된다. 가장 강도가 센 유형은 적국의 공격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발생 원인을 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고관리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사고를 당해 땅을 치고 통곡하기에 앞서 미리 노력하는 게 전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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