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당국의 업계 불신 때문…명백한 차별"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저축은행이 외환송금 업무 규제 완화를 기대했지만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 역량 부족이라는 이유로 금융권서 사실상 '나홀로' 좌절됐다.
이를 두고 저축은행 업계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빚어진 불신 때문에 금융혁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는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방안'을 내놓고 카드사와 증권사도 연간 3만달러까지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재부는 그동안 해외 송금 업무가 은행 독점으로만 이뤄지면서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금세탁방지 역량 부족을 이유로 해외 송금 업무를 열어주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아직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이행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 규제 완화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금융회사에 고객확인의무와 자금세탁행위·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로 의심되는 거래, 고액현금거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주무당국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드사의 경우 비자나 마스터 등 글로벌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관련 업무를 처리 하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가 이뤄지고 있으며, 증권사도 해외 주식 거래 등으로 인해 이미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저축은행 업계는 정부가 자금세탁방지 역량은 명분일 뿐 아직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해외송금 등을 허용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뇌리에 박힌 불신이 아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금세탁보다는 당국이 업계를 불신하기 때문에 허용해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2005~2007년 부동산 활황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들어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자금조달을 위해 후순위 채권을 발행했다가 경기가 위축되면서 2011년 대규모 부실을 냈다.
당시 피해 규모는 10만8999명, 총 26조6700억원이었다.
저축은행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저축은행 업계에 대해서는 혁신 시도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핀테크 기업에 이어 올해 증권사와 카드사에만 해외 송금업을 허용해준 것만 봐도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문제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