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안 좋은 일을 우선 숨기고 싶다는 본능이 작용한다. 정보화시대인 요즘은 숨긴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개하지 않으면 추측성 기사가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데, 한 번 돌아다니기 시작한 기사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위기관리 주체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자는 추측기사를 써서 응수타진을 한다. 나중에 진실을 공개해도 이미 퍼진 악성 루머를 되돌리기란 어렵다. 가능한 빠른 시간에 알고 있는 정보를 진솔하게 제공하는 게 전략적이다. 홍보창구를 일원화해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혼란스럽게 유포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홍보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과가 형식적이거나 '사과의 철학'이 빠져 있어도 실패한다. 위기를 보는 관점에 따라 위기 성격이 180도 바뀌는데, 여론 입장에 설 때 정확하게 보인다.
미국의 대형마트 '타깃'(Target)에서 1억명이 넘는 소비자 신용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됐을 때, 그레그 스타인하펠 최고경영자(CEO)는 오로지 "고객을 위해 옳은 조처를 취한다"는 위기관리 목표에 집중했다. 그는 홍보팀이 작성한 보도자료 초안을 본 뒤, 마치 변호사가 쓴 것처럼 기업의 입장만 대변했다면서 불만을 터트리고, 다시 쓰게 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월급사장'의 뒤에 숨는 경향이 있는데,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4년 2월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난 다음날 새벽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대기업 상속자로 그를 기억하던 대중의 태도는 누그러졌고 여론은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위기관리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체를 제외하고 모두 적대적 환경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위기를 조기 수습해 위기 이전으로 되돌리거나 더 나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기관리 전략이 추구하는 유리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핵심 수단은 언론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위기상황에서 언론이 어떠한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따라 위기관리의 방향이 결정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핵심 가치의 생존과 환경이 심하게 훼손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란 곧 악화된 환경을 우호적 여건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맞다. 위기관리 목표를 달성하려면 위기를 당한 유기체를 둘러싼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비록 위협을 가하는 상대라도 위기관리 주체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위협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위협을 가하는 상대가 없는 재난으로 인한 위기에서도 우호적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우호적 환경 조성 활동의 핵심이 바로 홍보다.
위기가 발생하면 당연히 피해당사자에게 관리주체의 명확한 의도를 직접 알려줘야 한다. 외부에 대한 홍보 대상은 언론이며, 상대는 기자다. 기자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취재활동이 긍정적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비정상 상황이므로 기자들은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보도의 속도와 양으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실제 상황이 왜곡되거나 부풀려지기 십상이다.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위기관리가 어려워지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효과적 언론대응이 필수다.
언론대응 목적은 대개 세 가지다. 첫째 위기관리 주체의 긍정적이고 정확한 이미지 제시, 둘째 긴급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기, 셋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각종 자료 수집·점검이다.
위기 당사자들은 실제 상황과 앞으로 진행 사항, 피해자 보상 등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주체는 자신들의 활동이 도덕적이며 윤리적이라는 것을 대중에 알리고, 긍정적 인식과 태도를 갖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부에 공포된 정보를 점검해 근거 없는 소문이나 주장을 빨리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관리 주체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짙다. 좋지 않은 것을 감추려는 게 인간의 본능이지만, 감추려고 하면 상대는 더 파헤치려 한다. 그러므로 언론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전략적 접근이다.
기자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로 가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란 마음가짐으로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대중은 심정적으로 피해자에게 우호적이다. 노사가 대립할 때 대중은 노동자 편이고, 반정부 시위가 있을 경우에도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경우 시위대를 응원한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동정을 받는다.
그 이유는 우리 DNA에 있는 것 같다. 원시 채집경제 시대부터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했다. 이겨야 생존할 수 있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게 우리들이어서 강자에 대한 적개심이 항상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강자는 언제나 이겨야 할 대상이므로 자연스레 약자 편이 되는 것이다. 대중이 약자를 응원할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위기관리와 언론은 불가분(不可分) 관계다. 언론이 위기관리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언론에 대한 잘못된 생각 탓이다. 언론이 문제를 확대시킨다고 판단해 기사를 빼라거나 함구하라고 지시하는 리더가 있는데, 아주 잘못됐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극적으로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전화위복 계기로 삼는 게 현명하다. 솔직하고 침착하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은폐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미 보도된 내용을 평하지 않고, 답변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노코멘트'나 '오프더레코드'란 말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노코멘트는 무성의하게 보이거나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주고, 오프더레코드는 위반하는 언론사가 있어 사고를 낼 가능성이 크다. 모든 취재진에게 공평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