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급 전격 중단
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급 전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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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현물시장 가격 폭락…"남는 게 없다"   
'초강수' 선택…"기술개발로 후발업체 따돌려야"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philip1681@seoulfn.com>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D램 반도체 가격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가 가격하락으로 반도체를 팔 수 없다며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램 생산량의 15% 정도를 현물 시장에 팔아온 하이닉스가 당분간 현물시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후발주자인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가격이 폭락하자,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 된다.

하이닉스는 4분기에 고정 고객들의 물량을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 현재 수요가 약한 편인 현물시장의 수요를 고정고객 쪽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D램 반도체 가격은 시장에 내다 파는 현물 가격과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고정거래 가격으로 나뉘는데, 주력 제품인 DDR 2 디램의 고정 거래가는 지난달 2달러에서 현재 1.75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현물 가격은 1.45달러까지 급락하며 간신히 원가수준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에 연중 최저가인 1.7달러를 기록한 뒤 한때 2.4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다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현물시장에서는 반도체를 팔아봤자 남는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세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정도된다.
결국, 하이닉스로서는 현물시장 가격의 추가하락을 막아 고정거래가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득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주력수출품(년간 수출액의 17%)인 동시에 효자상품인 반도체 시장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무엇보다도 공급 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대만업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늘린데다, 첨단공정이 도입되면서 생산효율이 40%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수요측면에서는 기대했던 윈도우 비스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은 2/4분기에 최악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영업이익은 5년 반만에 최악으로 떨어졌고, 하이닉스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대만 업체들도 대부분 적자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반도체 업계는 공급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보고 돌진하는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여년만에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축소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시장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에, 이같은 위기를 딛고 우리의 반도체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로 후발 업체와의 격차를 벌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편, 하이닉스와는 달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현물시장 공급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공급중단 결정이 앞으로 D램 가격 급락을 막고 수급 안정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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