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산장애 감추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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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證 HTS 장애, ‘모르쇠’로 일관…은행도 사고 여전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미봉책만…사고원인조차 파악못해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금융감독원에서 전산장애 책임자에 대한 징계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산장애가 일어난 업체들은 ‘쉬쉬’하며, 사고를 덥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더우기, 상당기간 동안 장애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HTS에서 장애가 일어나 체결 완료된 주문의 재매수, 매도와 주문체결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던 한국투자증권은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로선 서버,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 등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단순한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HTS에 공급된 서버는 한국IBM의 유닉스 서버이며, 시스템 구축은 TL정보통신이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일비재’한 전산사고
금융권의 전산사고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거래고 늘어나고 있고,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세로 인해 HTS의 접속 폭주가 이뤄지면서 전산사고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올해 1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총 10건의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이 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업은행(2건)이 그 뒤를 이었다. 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월요일과 월말에 사고가 집중됐다.
증권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9월 10일엔 약속이나 한 듯이 3개 증권사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식초보 투자자들을 위한 HTS인 'eFriend Easy'를 출시하자마자 1시간 가량 장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자사의 'fn메신저'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회원들의 아이디가 이유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과거 수신함에 저장돼 있던 정보까지 흔적없이 사라졌다. 한국증권 역시 전산을 정비, 오픈하던 중 약 1시간 동안 에러가 발생한 바 있다.
증권사의 전산장애는 제조 등의 여타 산업에 비해 그 타격이 막심하다. 제조산업의 경우 전산장애로 입은 생산차질을 야근이나 철야근무를 통해 다시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시간이 정해져 있고 실시간으로 매수와 매도가 이뤄지는 증권사는 단 1분의 전산장애 피해액도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

■추측만 ‘무성’
금융기관들의 잇딴 전산장애에 대해서 IT업계는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서버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 5월말과 6월초 사이에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서버 증설에 소극적인 곳이 많다. 또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시에도 필요량보다 훨씬 적은 물량으로 계획을 잡았다가 낭패를 보는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1년 6개월이 지나면 서버 증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환성의 문제도 거론된다. 금융권에 들어가는 스토리지, 서버의 하드웨어와 DB, ERP, CRM 등의 애플리케이션은 제조사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들어 금융권에서 한 제품만을 독점적으로 들여오기 보다는 이기종의 다양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애플리캐이션을 얹었을때, 발생하는 제품간 충돌 현상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9월 한국투자증권이 'eFriend Easy'를 출시하자마자 생긴 전산장애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로 ‘책임떠넘기기’
IT시스템 공급사간의 '책임떠넘기기'도 한 몫을 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실시간으로 각 부품들을 체크하면서 오류가 난 경우 해당부품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품의 오류는 단지 부품 하나만의 잘못이 아닌 다른 부품의 영향을 받으면서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원인 파악이 힘들어진다.

설사 원인파악이 돼도 해당 공급사들이 책임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급사들은 자사의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신뢰도에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에 쉽사리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IT 업계의 관계자는 이런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서 한 업체를 지목해 책임을 떠넘기고, 다음 시스템 구축시에 실질적인 보상을 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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