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신 정책 혼선···알뜰폰 위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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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OA, 알뜰폰 사업자 번호이동 수수료 부과
5G 중간요금제·제4이통사 등 통신 정책 충돌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에 문을 연 '알뜰폰 스퀘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에 문을 연 '알뜰폰 스퀘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번호이동 대상 전환지원금 정책 등으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뜰폰(MVNO) 업계가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수수료 부과와 같은 악재까지 겹치며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정부가 정작 업계 진흥과는 상충되는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는 지난 1일부터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건당 28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간 KTOA는 3개월 이내 소비자의 번호이동 시 운영비 명목으로 통신사에 건당 8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다만 최근 번호이동 건수 증가로 지난 1월부터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건당 4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이달 1일부터는 알뜰폰 업체에도 수수료를 받게 됐다.

다만 알뜰폰 업계는 통신 3사 이용자의 경우 대부분이 가입 시 약정을 맺기 때문에 번호이동 건수가 많지 않지만, 알뜰폰 고객은 무약정으로 가입해 쉽게 번호를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부담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이용자는 보다 나은 조건의 서비스가 있을 경우 이동통신 이용자보다 쉽게 번호를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사업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며 "번호이동 수수료와 관련해 업계 차원에서 여러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에 대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을 막고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내놓는 통신 정책들이 알뜰폰 이용자 이탈을 가속화하며 시장에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통신·금융 등 가계부담이 큰 사업 영역에 대해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7월 △알뜰폰 시장 활성화 △요금제 선택권 확대 △단말기 추가지원금 상향 △제4 이동통신사 시장 진입 등의 내용이 담긴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았으나, 알뜰폰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와 상충되는 정책들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지난 7일 간담회를 통해 "통신 3사조차 쓰고있지 않는 28㎓ 주파수를 가지고 로밍이나 여러 특혜 등 편법으로 제4 이동통신사를 추진하며 알뜰폰 정책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며 "플랫폼, 금융기관의 알뜰폰 자회사 개업과 등 왜곡되고 일관성 없는 통신 정책으로 사업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TOA가 이달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는 7만4822명으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이동한 가입자 5만4664명을 제외한 순증 규모는 2만15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 순증 회선 수인 7만8060명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통신 3사의 3만원 대 5G 요금제 신설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이 시행된 지난 3월(4만5371명) 대비로도 절반 이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와 제4 이동통신사가 저렴한 요금으로 경쟁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이점을 가지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용자 이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5G 중간요금제 등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통신 정책을 알뜰폰 업계와 함께 마련했다면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알뜰폰이 가입자 유치로 통신 3사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나마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 지원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거대 자본을 업은 금융권이 도매대가 이하 가격의 서비스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업계의 출혈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모바일'을 정식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했다. 리브엠 측은 당초 도매대가 90% 이하로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도매대가의 80%, VIP 고객에게 70%에 가까운 과당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은행 역시 연내 알뜰폰 사업 개시를 목표로 통신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며 알뜰폰 업계의 근심은 더욱 커져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기업 자본을 갖춘 '메기'가 들어와선 안된다는 게 아니다. 자본력을 갖춘 통신 3사 자회사들과 같이 눈에 띄는 사업자가 있다면 알뜰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줄 수도 있을 것"며 "다만 도매대가 이하로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이는 시장 질서를 크게 헤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통신 시장 경쟁 촉진이라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상충되는 정책들에 대한 교통 정리와 함께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후불제 고객 기반을 확보한 업체들은 이미 AICC(인공지능 컨택센터) 도입과 보안기술 확보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조차도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난 후에야 가능한 이야기"라며 "알뜰폰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빅플레이어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시장을 밑받침하는 중견 사업자들조차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행 정책에 대한 관계성을 재확인하고 기존 업체가 시장 플레이어로서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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