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룰' 족쇄 푼다···'연금사회주의' 우려 고조
국민연금 '10%룰' 족쇄 푼다···'연금사회주의'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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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매매차익 예외' 인정···'경영개입 본격화' 예고
국민연금, 56개 상장사 투자 목적 '단순→일반' 변경
지분율 10% 이상,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24개사
(사진=국민연금공단)
(사진=국민연금공단)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민연금의 '일반투자(지배구조 개선·배당확대 등)' 목적의 주주활동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10%룰)' 적용 예외가 확정됐다.

'10%룰'이란 지분 10%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는 자본시장법 상 내부자로서 해당 종목의 6개월 이내 짧은 기간의 단기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반환하도록 한 규정이다. 주요 주주가 경영진으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 예외 인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10%룰'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투자해야 했다. 공적 연기금에 대해선 경영 참여가 아니라 단순투자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10%룰' 의무를 면제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증선위 의결로 국민연금이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 목적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더라도 '10%룰'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이에따라 앞으로 국민연금은 경영참여 등의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6개월 안에 판 보유지분의 매매차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은 날개를 달게 됐지만 기업 입장으로서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연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 개입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의 10% 이상인 상장사는 96곳으로,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네이버·현대차·LG화학·삼성SDI·현대모비스 등이 포함된다.

특히 대한항공이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을 확대할 1순위 타깃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대한항공 경영참여를 선언했다가 '10%룰' 때문에 발목을 잡힌바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모두에 경영참여를 선언했지만, 11.7%의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은 10%룰에 따라 경영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2016~2018년간의 차익 총 489억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 자료)의 차익을 반환해야 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경영참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증선위 의결로 국민연금에 대한 '10%룰' 예외가 승인되면서 올해 주주총회부터는 이 같은 '족쇄'가 풀리게 된다.  

이번 증선위 의결에 앞서 국민연금은 이달 7일 56개 상장사의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24개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이 같은 주주활동을 통해 얻은 미공개 정보를 불공정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금융위는 연기금 운용부서와 주주활동 관련 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 월)를 마련한 경우에만 10% 룰을 완화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재계는 "연기금 내 정보교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국민연금의 경영간섭만 확대되면서 ‘연금 사회주의’가 확산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단순투자자라는 전제하에 예외 조항을 둔 것인데, 지금 국민연금의 행태는 결코 단순투자자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을 통해 주가를 띄워놓고 6개월 이내 차익을 보는 방식으로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사익 추구는 물론 시장가격이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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