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포스트 코로나' 경고···"고용없는 경기 회복·양극화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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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 취약계층에 집중···영구적 타격 가능성"
점심시간대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점심시간대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매출·고용 충격이 한 나라 안에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세계 단위로는 신흥국에 집중되면서 성장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1일 'BOK 이슈노트 -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 불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이번 위기가 신흥국, 대면서비스 업종, 취약계층에 영구적 충격을 줄수 있기 때문에 최근 성장 불균형이 일시적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국가 내 상황을 보면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건 위기에 취약한 대면서비스 업종에 매출과 고용 충격이 집중돼 결국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판매직·임시일용직·자영업 등 취약고용 층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뒤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2분기 중 중소기업의 생산 감소율(작년동기대비)이 대기업의 2배를 웃돌았고, 소득 4∼5분위(상위 40%)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4.4% 줄어드는 동안 1분위 가구(하위 20%)의 소득은 17.2%나 급감했다.

3분기에도 고분위(고소득)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지만 1분위 가구 소득은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울러 한은은 금융시장 회복 속도가 실물경제보다 빨라 실물-금융간 괴리가 커지는 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국가 내 성장 불균형'의 특징 중 하나로 꼽았다.

세계 관점에서는 방역 시스템·재정 여력 등에서 열세인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큰 코로나19 충격을 받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월 전망에서 2020∼2021년 신흥국(중국 제외)의 누적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당시보다 10%p나 낮췄다. 이와 비교해 선진국의 조정폭은 5.5%p에 불과했다.

비대면·온라인 활동 증가로 수요가 늘어난 ICT(정보통신기술) 제품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중국, 대만 등의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사실도 국가 간 성장 불균형의 사례로 거론됐다.

한은은 이런 국가 내, 국가 간 성장 불균형이 특정 경제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키우고 낙후한 부문의 성장을 제약하며 민간소비나 고용을 위축시켜 결국 잠재적으로 경기 회복 지연, 경제 양극화, 성장 잠재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용 측면에서는 대면 서비스업 등 취업유발효과가 큰 산업에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돼 고용회복 속도가 과거 위기 당시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차별화된 고용 충격으로 고용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과거 위기 당시에도 경기회복 이후 고용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된 바 있다"고 밝혔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큰 탓에 소비 회복이 상당 기간 제약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실물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까지 이어지면, 실물-금융 간 괴리가 커지고 소비가 제약될 뿐 아니라 생산 부문으로의 자원배분 기능이 약해져 결국 실물경기 회복이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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