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지원, 속 보이는 새정부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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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상품 잇달아 출시…대출은 사실상 중단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국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신규대출은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소기업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새 정부 정책에 겉으로는 호응하면서 리스크는 피하고자 하는 은행의 '눈치보기'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장 전결로 2차 납품업체까지 대출해주는 '브리지(Bridge) 구매카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차 납품업체가 브리지 구매카드를 신청하면 2차 납품업체는 별도의 신용조사나 담보 없이 영업점장 전결로 카드 사용한도를 부여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수출입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미 달러화 환전수수료와 수출입 대금결제, 해외송금거래 등에 적용되는 전신환 매매율을 국내 은행 최저수준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지만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월 은행별로 1조원 가량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반면 지난 달에는 많게는 5000억원, 적게는 1000~2000억원이 늘리는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중기대출을 전달보다 1조9122억원(3.78%) 늘렸으나 지난 2월엔 절반이 줄어든 5465억원(1.04%) 늘리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엔 6943억원(1.71%) 늘렸으나 올 2월엔 1680억원(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한은행 역시 1월엔 1조897억원(2.36%)을 늘렸지만 지난 달에는 0.6%(2866억원)을 늘렸을 뿐이다.

이 같은 신규대출 중단 원인은 최근 원자재값 폭등 등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위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은행들은 지난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중소기업대출 부실화 위험을 경고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경영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더이상 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이같이 중소기업대출을 꺼리면서도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신정부의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에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혁신적 중기 제품을 정부가 우선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중소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은행들이 각종 중소기업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호응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대내외 여건 악화를 반영해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신규대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출 연체등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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