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또다시 "NO 감산"에도 메모리 업계 "치킨게임은 없다" 
삼성전자 또다시 "NO 감산"에도 메모리 업계 "치킨게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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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불황이 미래 좋은 기회, 올해 설비투자 전년 수준 유지"
다만 설비 재비치 등 자연적 감산 시사···업계 "치킨게임 말도 안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메모리 반도체 혹한기에도 삼성전자는 또다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평균 재고가 4개월치 이상 쌓이는 등 반도체를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마당에 삼성전자의 비감산은 관련 업계에 더 큰 불황의 골을 만들 것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하지 않더라도 설비 재배치 등 시행중인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에 따라 자연적인 감산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과거 '치킨게임' 양상을 치닫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설비투자와 감산 계획에 대해 "최근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소비자 구매 심리 위축로 인한 경기 악화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면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황 약세가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당사는 중·장기 수요에 대한 설비투자를 전년과 유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가뜩이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시장에 메모리 공급물량이 줄어들지 않아 한동안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다른 메모리 기업에 비해 12인치 웨이퍼 수율과 미세공정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시황이 나빠도 고부가 제품 판매로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심감이 깔려 있다. 불황에 다른 메모리 기업들이 감산할 때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2·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3분기부터 이미 감산에 돌입했다. 재고가 넘쳐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위인 삼성전자가 생산량 유지를 결정함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이 반도체 치킨게임의 강공 모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9년 대만 업체들을 필두로 벌어진 반도체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 인하로 인해 독일 메모리 업체 키몬다(Qimonda)는 파산했다. 이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만 2400억원의 흑자를 내고,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적자를 보기도 했다.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8400억원) 대비 97% 하락했다. 겨우 영업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이번 만큼은 삼성전자 또한 감산 입장을 들고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전자 측은 다만 기술적 이유를 통한 자연적 감산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회사 관계자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으로 단기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생산량 감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인위적으로 감산하지 않더라도, 재배치를 통한 자연적 감산도 결국 감산"이라며 "그렇다면 하반기부터 재고 관리 등을 통한 감산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치킨게임 등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B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치킨게임을 우려하는 건 과한 걱정"이라며 "이미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빅3로 재편된 상황에서 한 업체가 파산하면 현재 유통되는 반도체의 최소 20% 가량 물량이 사라지는 건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다수 반도체 업체들은 투입하는 웨이퍼가 100개라면 통상 20%는 개발에, 80%는 제품 생산에 사용하지만, 상황이 어려우면 개발에 30%, 생산에 70%을 넣어 투입하는 웨이퍼는 동일하지만 생산량이 줄어들도록 하고 있다"며 "웨이퍼 투입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100%였던 공장 가동률을 80%로 낮춘다고 원가가 낮아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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