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먹자골목에서 손님과 저녁을 하는데, 갑자기 꽉 찼던 테이블이 우리만 남았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시계를 보니 10시 정도. 빨리 문닫는 가계인가 하고 주인께 물어보니 “새벽 2시까지 하는데 요즈음 택시 영향으로 손님들이 자리를 빨리 뜬다”고 했다.
좀 더 있다 눈치가 보여 11시가 다 돼 일어섰다.
손님을 배웅하고 택시를 잡으니 11시가 넘었다. 할증 40%가 붙는 밤 11시~새벽 4시 구간이다. 전철을 타려니 집까지 가기 전에 끊기는 시간이라 어차피 중간에 또 택시를 타야 해 할증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는 빈차가 넘쳐났다. 그래서 평소 이용하던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택시가 앞에 섰다.
기사 분에게 “택시 빈차가 많네요” 하자 기사 분은 말 보따리를 펼쳐놨다.
“언론에서 할증에 대해 과장되게 말해 언론 영향이 굉장하다고 느꼈어요.”
무엇이 과장이냐 했더니 20% 할증은 이전에도 있었고 추가 20%가 할증인데 마치 0%에서 40%로 할증한 것으로 보도해 택시 이용고객들이 굉장히 요금이 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미터기에 11시부터는 40% 표시가 나오고 또 서울을 벗어나면 추가 20% 할증이 있어 숫자가 60%로 나오면 이용고객들이 매우 놀란다는 것이다.
기사 분이 얘기한 것은 과거 밤 12시부터 이미 할증 20%가 있었는데 처음부터 할증이 없다가 40%로 갑자기 는 것으로 언론이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밤 10시부터 20% 할증이고 11시부터는 40% 할증이어서 할증 시간이 밤 12시 전보다 두시간 앞당겨졌으니 택시이용고객들의 부담이 는 것은 명확해 보이지 않냐 반문해 보았다.
필자도 이날 택시요금을 계산해 보니 만원 단위의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일본 등보다 택시요금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고 택시 기사님의 수입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나 하필 경기가 어렵고 서민들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에 굳이 서울시에서 정책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이 의아했다. 서울시는 심야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타이밍상 적절한 시점인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의 택시 교통 분담률은 2~3%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7~15%에 달한다. 이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출퇴근 및 통학의 용도, 즉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인 생활교통수단으로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경기 악화에도 분주했던 먹자골목이 한산해 질 정도로 택시 요금 인상 파장이 커지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결정이 아니었는가 우려된다.
택시 기사의 말로 돌아가면 “택시 운전을 30년 한 경험으로 보면 이렇게 올리면 한두달 정도 손님이 줄었다 이후 90% 정도는 회복돼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택시 이용고객도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먹자골목의 식당에도 손님들이 돌아오면 좋겠지만 현장 체험 느낌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호기심이 또 발동한다. 한두달 뒤 과연 이 상황이 어떻게 될까. 서울시 결정은 제대로 한 것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 종사자는 156만8000명. 이들과 시민들이 서울시장 등에 대해 다음 선거에 어떤 판단을 할까.
기사 24만 명이 종사하는 택시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타다금지법을 만들 정도로 강력했지만 자영업자가 다수인 외식업 영향력은 간과한 것일까.
정책의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를 계산해 심야 버스·지하철 운행시간 연장은 왜 없나. 또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시민들이 비용을 감수하고 심야 이용 등 고품질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은 왜 그대로인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