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네트워크 형성 도움···쇄신 성과 아직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16년 박근혜-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오명을 썼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재가입을 추진하며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4대 그룹 역시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산은 복잡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경련이 과거 정경유착 오명을 벗고 쇄신했는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섣부른 전경련 재가입이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중 맏형 격인 삼성은 오는 16일 준법감시위원회 임시회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을 검토한다. 삼성의 재가입 여부는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의 의견이 모아져야 가능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재가입을 추진한다면 SK와 현대차, LG도 잇달아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재가입 여부에 대해 재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전경련이 기대한 만큼 쇄신을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재가입이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 당시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경련은 올해 2월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끝난 후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쇄신을 추진해왔다. 김 대행 체제에서 전경련은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하고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전경련은 임시총회에서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한다. 이와 함께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또 한경연 흡수를 토대로 경제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고, 신산업 분야와 젊은 기업인들 중심으로 회장단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이 한경협에 가입한다면 재계 인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故 구본능 LG 회장은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각 기업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외 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 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정보교류가 중요해졌다.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4대 그룹이 가입한다면 한경협이 재계 맏형으로서 이런 역할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기업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기업인 네트워크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지향한 만큼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히 끊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4대 그룹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새 협회에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인선 작업마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리경영위원회는 22일 새 협회 발족, 신임 회장 추대와 함께 출범할 예정이다.
또 여권 출신 전직 관료가 새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김병준 회장대행 역시 상근고문으로 남을 수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 측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4대 그룹 복귀의 분수령이 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새 협회 가입 적정성에 대해 논의한다. 삼성 준감위에서 가입 적정성이 검토되면, 각 계열사는 이사회를 통해 가입 여부를 확정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경련 임시총회 하루 전인 21일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증권 등도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새 협회 가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