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네이버 이어 40대 여성 CEO 선택한 카카오···'유리절벽' 혹은 쇄신
[초점] 네이버 이어 40대 여성 CEO 선택한 카카오···'유리절벽' 혹은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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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첫 여성 단독 대표 체제···IT·커머스 전문성에 방점
비슷한 상황 닮은꼴 위기 돌파 시도···'수습·성과' 두토끼 잡기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각 사)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경영 쇄신에 대한 의지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단독 대표 내정자로 지목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 이어 40대 여성인 정 내정자가 차기 카카오 대표로 지목되며 국내 양대 포털이 40대 여성 CEO(최고 경영자) 체제를 맡게 됐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되며, 홍은택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앞서 김 창업자가 지난 11일 오후 직원 간담회에서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에 대해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카카오의 인적 쇄신이라는 짐을 짊어진 정 내정자가 카카오의 구원 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 지 주목받는다.

1975년생인 정 내정자는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경영학 학사와 경영학과 마케팅 석사를 졸업한 후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올해 3월 카카오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카카오의 사업·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쇄신의 방향성 논의에 참여 중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13일 사내공지를 통해 "경영쇄신위 주관으로 CEO 인사 테이블에서 홍은택 대표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중지를 모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증을 거쳐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는 정 내정자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여성 단독 대표 체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가 지난 2015년 임지훈 카카오벤처스(당시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선임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남성 공동대표 체제를 택해온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네이버가 한성숙 전 대표에 이어 최수연 대표를 연이어 기용하며 세대 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만큼, 이번 정 내정자도 유사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도 유사 상황에서 여성 대표를 연속적으로 기용하며 내부적으로 조화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외부 위기에 대한 내부 불안을 단속한 경험이 있다"며 "카카오의 이번 인사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고 평가받은 만큼, IT·커머스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강점을 가진 정 내정자가 카카오의 내부 혼란 수습은 물론 사업적 성과로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미국 패션 C2C(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며 커머스 사업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룬 바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이번 인사가 전형적인 '유리절벽' 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유리절벽이란 기업에서 실패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마주하거나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앞서 나서지 않는 남성을 대신해 여성 고위직을 내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대대적인 정책 변경으로 위기에 놓인 엑스(전 트위터)의 차기 대표로 린다 야카리노 NBC 광고책임자를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정 내정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내정자가 차기 카카오 대표로서 역량이 부족하다 보기 어려운 만큼, 카카오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일종의 '희생양' 보다는 인적 쇄신의 기폭제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벨리 등 위기 상황에 여성 대표를 세우고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있다 보니 우려가 발생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 내정자의 경우 기업 경영에 대한 역량과 평판이 나쁘지 않다"며 "기업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강점과 회사 내부부터 쌓아온 신뢰로 그간 조직에 발생한 부정적 요인을 통제하고 경영 효율성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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