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부문 11개→4개 통합···경영진도 10명→6명 축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진옥동 2기 체제에 접어든 신한금융그룹이 지주 몸집을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계열사 수장들은 전부 연임시키며 '안정'과 '변화' 간 균형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사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조직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은 모두 재신임해 경영 연속성을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중 장수 안 바꾼다"···계열사 대표 연임 '책임경영' 강조
신한금융지주는 19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주 조직개편안과 지주사 경영진 인사 및 계열사 사장단 선임안을 발표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지주 조직에 대한 대규모 변화와 함께 임기만료 계열사 9곳에 대한 대표이사 전원을 재신임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 잠재 리스크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계열사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기초체력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고자 사장단에 대한 리더십 변화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자경위에서 진옥동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 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해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상태(58) 신한투자증권 사장 △정운진(59) 신한캐피탈 사장 △조재민(61) 신한자산운용 사장 △박우혁(60) 제주은행장 △이희수(59) 신한저축은행 사장 △조경선(58) 신한DS 사장 △정지호(60)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54)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52) 신한벤처투자 사장 등 9명의 CEO가 모두 연임 추천됐다.
이 중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1년 연임' 임기 관례를 깨고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단기적 성과 추구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른 후보자들은 모두 1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김상태 사장은 IB 전문가로, 사장 취임 이후 신한투자증권의 DCM, ECM 등 전통 IB분야에서 성과를 큰 폭으로 개선시켰다. 동시에 리테일 경쟁력을 강화, 신한투자증권의 위상 회복과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자산운용은 기존에 전통자산부문(조재민 사장)과 대체자산부문(김희송 사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이날 자경위에서 조 사장을 대표이사로 단독 추천하면서 단일대표 체계로 전환될 예정이다.
연임 추천된 조 사장은 자산운용업계 베테랑 CEO 중 한 명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등 신한자산운용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신한자산운용이 단일대표 체계로 전환되면서 대체자산부문을 담당하는 김 사장은 내부 경영관리 부담을 덜고, 대체자산 분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신한캐피탈 대표이사로 추천된 정운진 사장과 신한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추천된 이희수 사장은 지난 3년간 효율적인 경영관리 및 영업추진을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자산규모를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두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브릿지론 등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재선임하기로 했다.
제주은행은 현 박우혁 은행장이 재선임 추천됐다. 박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제주지역 특화 은행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방식, 조직문화 혁신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을 추진해왔다.
이 밖에 조경선 신한DS 사장과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적임자라는 평가에 따라 전원 재선임 추천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재선임 추천된 CEO들은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부터 함께한 자회사 사장단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경영 노하우 등을 공유해 온 사이"라며 "고객중심,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기본에 충실한 진 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자회사별 특성에 맞춰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제고'···경영진 6명으로 축소
계열사 인사와 달리, 지주조직 개편은 조직 통폐합을 통해 경영효율성에 방점을 뒀다. 먼저, 신한금융은 △그룹신사업부문(CBDO) △그룹준법감시인(CCO) △그룹운영부문(COO) 겸 그룹원신한부문(CGSO) △그룹브랜드홍보부문(CPRO) △그룹감사부문(CAO) △그룹리스크관리부문(CRO) △그룹재무부문(CFO) △그룹디지털부문(CDO) △그룹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CSSO) △그룹소비자보호부문(CCPO) △그룹글로벌&신사업본부 등 기존의 11개 부문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등 4개로 통합하면서 경영진을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했다. 부문 내에는 파트조직을 신설했다.
특히, 부문장과 파트장은 직위와 관계 없이 영역별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임하면서 세대교체와 다양성을 꾀했다. 직위가 아닌 직무 중심의 경영진 운영과 '수평적 문화' 확산에 무게를 뒀다고 신한금융 측은 설명했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이인균(56) 그룹운영부문장과 방동권(57) 그룹리스크관리부문장이 각각 그룹운영부문장, 리스크관리파트장에 재선임됐다. 임기가 내년 말까지로 1년 남은 고석헌(55) 그룹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장은 그룹전략부문장을, 왕호민(59) 그룹준법감시인은 그룹소비자보호부문장을 각각 맡는다.
이와 함께 세대교체와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천상영(54) 신한금융 원신한지원팀 본부장이 그룹재무부문장을, 김지온(55) 신한은행 PRM마케팅부 본부장이 감사파트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대고객 접점 확대와 현장 실행력 강화를 위해 신한은행과 겸직으로 운영될 예정인 디지털파트장에는 삼성전자 및 SK C&C 출신의 김준환(51)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장이 신규 선임됐다. 소비자보호파트장에는 박현주(58) 그룹 소비자보호부문장이 재선임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개별 기능 단위로 세분화된 조직 체계를 유사 영역별로 통합·슬림화했다"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그룹 내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효율성 중심의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직무 중심의 경영진 선임을 통해 수평적 조직 문화 형성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