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슬림화 바람 부나···금융지주, 연말 인사 '내년 경기침체 대응'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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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금융, 이달 임원인사·조직개편
불확실성 확대···대응력·실행력 빠른 조직 니즈 커
당국, '부회장제' 부정적 시각···KB·하나금융 결정은?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조직개편은 '슬림화'와 '시너지·효율성 강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핵심 사업부문 위주로 조직을 재편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다. 여기에 후계양성을 위한 자리였던 '부회장제'를 두고 금융당국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만큼 금융그룹 지배구조에도 상당폭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이달 내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일 임원인사·조직개편을 먼저 시행했다.

우리금융은 조직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부서들을 재배치하는 핀셋형 개편에 중점을 뒀다. 그룹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서'는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하고, 시너지를 담당하는 '시너지사업부서'는 성장지원부문으로 배치했다. 기존 미래금융부서와 디지털혁신부서의 일부 기능을 재편해 미래혁신부를 만들고, 이를 디지털혁신부문으로 재배치했다.

지주 조직개편에 맞춰 우리은행도 사업시너지가 높은 그룹들로 각 부문을 재편했다. 국내영업부문은 △개인그룹 △자산관리그룹 △기관그룹 △부동산금융그룹으로, 기업투자금융부문은 △CIB그룹 △소기업그룹 △글로벌그룹으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그룹과 IB그룹을 CIB그룹으로 통합, 투자금융과 해외투자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자 했다. 또 부행장과 부행장보로 나눠져 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전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과 고객 서비스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슬림화를 유지하면서 핀셋형 개편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이르면 오는 14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임기가 종료되는 8개 계열사, 총 9명의 대표를 선임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2+1년 임기' 보장 관례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이재근(57)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이 결정된 데 이어 비슷한 이유로 이창권(58) KB국민카드 대표와 허상철(58) KB저축은행 대표도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김기환(60) KB손해보험 대표는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 성과를 내 한 차례 더 연임하거나 지주사 임원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60) KB증권 대표가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냈지만, CEO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그룹에 더 남아있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KB증권의 또다른 대표인 김성현(60) 대표도 5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만큼 교체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에서 KB금융이 부회장 체제를 유지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금융지주 부회장제'를 두고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당시 시대 정신에 필요한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의 경쟁자 물색을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발언,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부회장직은 폐지하고, 기존 4개 부문장제는 경영 효율성과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은 다음주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지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10개 부문(재무·운영·준법감시·감사·리스크·전략·신사업·디지털·브랜드홍보·소비자보호)을 5개 안팎으로 통폐합해 조직 슬림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에서 비대해진 조직으로는 발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진옥동 회장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신한금융 부문장(부사장) 10명 중 8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조직 내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KB금융과 마찬가지로 부회장제도에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은형(49)·박성호(59)·강성묵(59) 등 부회장 3인의 임기가 연말 종료된다. 이 밖에 하나금융은 앞서 지난해 말 총괄임원 체제를 '부문' 및 '총괄'로 체계화하는 내용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행한 만큼 올해는 큰 폭의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고(高), 상생금융 등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좋지 않고, 금융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 대응력과 실행력 빠른 '콤팩트(간편)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며 "핵심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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