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 회사채 연 9.5% 발행···KCC건설 등은 사옥 담보로
'책임준공확약'에 재무부담↑···미분양 증가 속 수익성 하락
부도·폐업 급등에 '4월 위기설'···"건설사 차입 부담 확대 전망"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자금난에 직면한 중견 건설사들이 고금리도 불구하고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 경로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사업비를 충당하거나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지방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로 내몰리면서 '4월 위기설' 현실화 우려도 수그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여파로 자금난에 빠진 중견 건설사들이 10%에 가까운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0위의 에이치엘디앤아이(HL D&I)한라는 지난달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최대 연 8.5%의 고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1000억원어치 채권은 모두 발행 주간사인 증권사가 떠안게 됐다.
28위의 중견사 한신공영은 지난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지난달 28일 차환 목적의 자금 조달을 위해 5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9.5%로 결정됐다. 이에 앞서 22일 만기가 돌아온 850억원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현금으로 상환했다. SGC이테크건설도 지난달 연 8.5%에 800억원을 조달했고, 이수건설은 지난 1월 1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최고 연 8% 고금리에 발행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고금리도 마다하지 않고 유동성 확보에 나선 이유는 자체 사업을 위해 확보해 둔 토지의 대출 이자와 수분양자들에게 제공한 중도금 이자 등 금융비가 치솟은 데다 공사비까지 급등해 추가 사업비가 절실한 탓이다. 결국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 값비싼 이자를 물고 자금을 조달하고,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사옥을 담보 잡히거나, 사업까지 매각하며 현금 확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오는 4월에는 △GS건설(2000억원) △KCC건설(500억원) △대우건설(1500억원) 등 건설사들의 자금 만기가 다가온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우 그나마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KCC건설은 지난 1월 말 서울 강남에 있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625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해 현금 선확보에 나섰다. 조달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사옥을 담보로 내놓아 상대적으로 낮은 4.2~7.3%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자사 레저사업을 1800억원에 조선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신세계건설은 대구 지역 주택사업 분양률이 20%를 밑돌아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책임준공확약'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대부분 사업장이 약속한 시일까지 준공하지 못할 경우 사업장에 투입된 PF 대출 자금을 건설사가 인수해야 하는 확약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미수금을 쌓으며 공사를 이어가야 하는 형편이다. 사업장 당 적게는 몇백억, 많게는 몇천억원 단위의 사업비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건설사가 PF 대출 채무를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인 범양건영은 2월 29일로 예정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오피스텔 준공 기한을 넘겨 공동 도급사들과 함께 322억3500만원의 채무를 나눠 인수했다. 회사는 분양 잔금에 더해 미분양 물량의 담보대출을 받아 대출을 상환할 예정이다.
성동이앤씨도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에 짓는 저온물류센터를 약 700억원에 인수했다. 동양의 경우 지난달 21일이었던 충북 음성 금왕 물류센터의 책임준공 기한을 넘겨 1800억원의 PF대출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제는 올해부터 미분양에 따른 사업 위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단 점이다. 지난해 12월 미분양주택은 6만2000호로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준공후 미분양도 작년 10월부터 1만호를 상회하고 있다. 당분간 미분양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금 여력이 바닥 난 중견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로 내몰리며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 안팎으론 '4월 위기설'도 끊이질 않는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통일그룹 계열사 선원건설과 영동건설, 부강종합건설 등 5곳 건설사가 부도처리됐다. 폐업 건설사도 증가세로, 같은 기간 폐업 신고 건설사는 모두 716곳(종합건설사 84곳, 전문건설사 632곳)에 달한다.
김현 한국기업평가(KR) 책임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부터 부각된 PF우발채무 리스크가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2024년에는 미분양에 따른 사업 위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분양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미분양 증가, 이로 인한 운전자본부담, 높은 금융비용 등을 감안시 건설사의 전반적인 차입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