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비자금, “조성은 했지만 횡령은 아니다?”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은 했지만 횡령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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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대표 측, “회계 어긴 것 잘못이지만 회사를 위해 자금 사용”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격이라는 지적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지난달 25·29일 열린 삼성화재 비자금 관련 항소심 공판에서 황태선 전 삼성화재 대표이사 측은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했지만 횡령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계준칙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해당 비자금을 회사를 위해 사용한 데다, 미지급 보험금이 용도가 특정된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근거가 미약할뿐더러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형법상 횡령·배임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로 정의하고 있다.

황 전 대표 측은 미지급 보험금이 어차피 잡이익으로 넘어갈 금액이기에 횡령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법적으로 미지급 보험금은 2년이 지나면 지급청구권이 소멸된다. 하지만 대부분 보험사들은 2년이 지난 후에도 보험금 청구가 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2년이 지났다고 해서 바로 잡이익으로 넘기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황 전 대표 측은 소멸시효가 완료됐거나 임박한 보험금으로 자금을 조성해 차후 이중지급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말이 맞다고 쳐도 문제가 있다. 소멸시효가 완료돼서 이미 잡이익 계정으로 넘어간 상태였다면 그나마 그 주장을 일견 받아들이겠지만 삼성화재는 미지급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한 것으로 거짓 회계처리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즉, 잡이익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자금을 빼돌렸다는 소리다.

무엇보다 소멸시효가 임박한 보험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횡령이다. 소멸시효가 임박했다고 해서 고객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남의 돈을 마음대로 쓴 셈이다.

비자금을 회사를 위해 썼기 때문에 황 전 대표 개인이 이를 책임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구차하다. 기업의 대표이사는 말 그대로 해당 기업을 대표하는 책임자다. 황 전 대표의 경우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주도했던 상황에서 이를 황 전 대표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회사를 위해 썼다곤 하지만 특검에 따르면 비자금은 접대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는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고등법원의 판례도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위해 사용했으니 형사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구차하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이같은 황 전 대표 측의 변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미 관련 죄질이 드러난 상황에서 구차하게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보단 솔직하게 고객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화재 비자금 관련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 10시 10분 서울고등법원 417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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