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점' 고신용자도 대출 받기 팍팍해진다···문턱 높이는 은행권
'900점' 고신용자도 대출 받기 팍팍해진다···문턱 높이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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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은행 평균 KCB 신용점수 900점 돌파
연체율 관리 강화·점수 상향평준화 영향
'高'물가·금리에 2분기도 대출 문턱 높아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간 대출자의 평균 신용점수가 900점(1000점 만점)을 넘어서는 등 앞으로는 고신용자가 아니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3대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일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는 919.5점(KCB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916.8점)보다 2.7점 높은 수준이다.

이들 은행에서 나간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8개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2월까지 898.8점으로 800점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 904.1점으로 900점을 돌파했고, 이후 2월 916.8점으로 올랐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 신용점수는 더 높이 형성돼 있다. 8개 은행의 마통(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는 올해 1월 925점, 2월 933.4점, 3월 936.1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춰야 하는 인터넷은행을 제외하고 5대 시중은행만 보면 평균 점수는 더 올라간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일반 가계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7.6점, 마통 평균 신용점수는 953.6점으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점수를 기준으로 △1등급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 등 1~10단계로 구분된다. 통상 3등급까지를 고신용자로 분류하지만 은행 평균 신용점수가 920점에 육박하면서 3등급 구간의 차주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은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 차원에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2년 6월 0.20%를 기록한 후 상승 추세다. 지난 1월 말 연체율은 0.45%로 전월 말(0.38%)보다 0.07%p(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0.31%) 대비로는 0.14%p 올랐다.

최근 대출이자 상환 등과 같이 직접적인 금융거래 데이터 외 통신비·국민연금 등 납부 데이터까지 신용점수에 반영하면서 전반적인 점수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는 설명도 있다. 금융회사, 핀테크 등 다수 플랫폼들은 지난해부터 앞다퉈 '신용점수 올리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별도 자료 제출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클릭 몇 번 만으로 간단하게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어 대출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는데, 그 영향으로 신용점수가 상향평준화 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고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이자상환 능력이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고신용자들보다 대출을 덜 받아가는 상황"이라며 "KCB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태도는 앞으로도 더 깐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 일반신용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올해 2분기 -3으로 조사됐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 외 고물가가 계속되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른다면 연준의 긴축기조는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시장에서의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시점도 기존 6월에서 9월로 미뤄지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도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살펴본 후 하반기 이후에나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더딘 미 물가 둔화 속도를 반영해 Fed 첫 인하 시점을 9월로 수정하고 연내 인하 횟수도 2회(9~12월)로 하향 조정한다"며 "한국은행도 10월과 11월 2회 인하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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