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시중은행으로 '새출발'···금융 메기 역할 '기대반 우려반' (종합)
대구銀, 시중은행으로 '새출발'···금융 메기 역할 '기대반 우려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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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16일 정례회의서 시중은행 전환 인가
iM뱅크로 전국구 영업 시동···기업금융 확대 사활
총자본, 시중은행比 7배↓···CET1비율 악화도 과제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 전국구 은행으로 새출발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 최종 인가를 받은 대구은행은 빠른 속도로 전국 점포망을 구축,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했지만, 대구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독점체제를 해소할 '메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산규모 차이가 최대 7배에 이르는 등 체급 차이가 큰 데다 각종 규제에 얽혀있는 은행업 특성상 특화 서비스 등 틈새시장을 노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오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심사를 진행,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대구은행이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한지 10개월 만이다. 

◇32년 만에 시중은행 탄생···"기업대출 경쟁력 강화"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업계 경쟁을 촉진하고자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릴레이 회의를 이어왔다. 회의에서는 시중은행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고, 이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이 결정됐다. 새로운 시중은행의 탄생은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인 만큼 금융당국과 대구은행 모두 의욕을 갖고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해왔다.

금융당국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인가요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가요건은 △자본금(자금조달방안) △대주주(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내부통제 체계 적정성 등) 타당성 △임원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이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대구은행은 'iM뱅크(아이엠뱅크)'로 사명을 바꾸고 전국구 영업을 본격화한다. 우선 모든 행정구역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영업점이 없는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등을 중심으로 3년간 영업점 14개를 신설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국내 점포(지점 및 출장소) 수는 198개로, △대구(120개) △경상북도(59개) △부산·경기(5개) △서울·경상남도(3개) △인천·대전·울산(1개) 등에 위치해있다. 시중은행 전환 후 전국 영업망 구축을 위한 첫 거점 점포는 강원도 원주지점이 될 전망이다.

대출자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55조5744억원으로 전년 동기(50조5244억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지방은행의 대출자산은 1.3~7.4% 성장했는데, 대구은행 홀로 원화대출금 두자릿수 증가에 성공한 것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매년 7~9% 수준의 자산 성장을 이루겠단 목표를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영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대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시중은행 퇴직 인력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전문가(PRM)를 대규모 채용했다. 기존 시중은행 대비 전국 영업망이 부족한 만큼 PRM 제도와 더불어 기업고객 유치 업무만 담당할 1인 지점장 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화 제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자체 비대면 채널(애플리케이션) 고도화, 외부플랫폼과의 제휴 확대 등을 추진하는 한편, 비용 절감을 통해 저금리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날 인가 이후 대구은행 측은 자료를 내고 "디지털 접근성·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를 내세우겠다"고 전했다.

◇'자본력' 한계 명확···은행업 경쟁 격화 속 '외형 성장' 미지수

다만, 은행업 경쟁이 격화되는 환경 속에서 기존 시중은행들 대비 자본력이 작은 대구은행을 두고 외형 성장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외형·내적 성장에 성공하려면 탄탄한 자본력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3월 말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총자본 23조~36조원과 비교했을 때 최대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은행의 자본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도 1분기 13.51%를 기록, 지난해 2분기 14.01%를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으로 모기업인 DGB금융지주의 자본비율도 11.07%까지 떨어졌다. DGB금융 내에서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자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1.07%는 지방 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CET1비율 하락은 최근의 대출자산 확대에 기인한다. 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3월 말 RWA는 45조346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규제에 따라 RWA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즉, 대출 확대에 따른 RWA 증가를 견디려면 그만큼 자기자본 규모가 커져야 한다.

대구은행이 '뉴 하이브리드 뱅크' 전략에서 밝혔듯 차별화를 위해 주요 진출 분야로 삼으려는 중소기업 및 중저신용자 대출은 일반 고신용자 가계대출보다 RWA 가중치가 높다. 여기에 DGB금융의 CET1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 모기업의 지원도 요원한 상황이다.

대구은행이 '메기'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대출자산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이는 자본력 악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대출자산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DGB금융 측은 은행과 비은행 간 RWA 재배분을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시중은행 전환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약 7~10% 내외의 대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 의지와 달리 자본비율 상승은 다소 요원해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고성장에 치중하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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