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자동차 업계가 신형 전기차 판매 가격을 일제히 동결하고 소비자 대상 구매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구매 수요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22일 신형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QA·EQB를 출시하며 가격을 동결했다. 액티브 주행거리 모니터링을 비롯해 △제로 레이어 인터페이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등을 더했지만 값은 구형과 같은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나아가 지난 29일 자사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운행 및 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만족도는 강화하는 'EQ 워리 프리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5년 또는 17만km 보증 △충전 바우처 100만원 △타이어 교환비 등을 지급한다.
대형 모델에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신차견적 사이트 다나와자동차에 따르면 대형 전기 세단 EQS 최대 4310만원, 대형 전기 SUV EQS SUV 최대 3911만원, 준대형 전기 세단 EQE 최대 3502만원, 준대형 전기 SUV EQE SUV 최대 2935만원을 깎아주고 있다.
BMW코리아도 최대 1년 무제한 충전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전기차 소비자 대상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3000만원에 이르는 할인을 지원 중이다.
BMW코리아 측은 "캐즘 극복을 위해 새로 설치하는 모든 전기차 충전기를 공공에 개방하고, 기존 BMW 차징 스테이션을 한 단계 확장한 신개념 충전·휴식 공간인 BMW 허브 차징 스테이션도 선보여 국내 전기차 운전자에게 차별화된 충전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기아의 경우 지난 14일 신형 중형 전기 SUV EV6를 출시하며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상품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트림 판매 가격을 동결했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구매 혜택인 '트리플 제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저금리 할부 △타던 차 반납 시 최대 50만원 할인 △추후 EV6 판매 시 잔존가치 60% 보장으로 구성된다.
지난 3월 신형 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를 선보인 현대차도 가격을 동결했다. 주행거리를 늘리고 각종 편의장비를 더했지만, 값은 올리지 않았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이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이다.
구매 혜택 프로그램으로는 'EV 올인원 리스·렌트'가 있다. 내연차 임대상품 대비 저렴한 월 이용료와 매월 8만원의 충전 바우처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E파이낸스'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할부 기간을 최장 120개월까지 확대해 월 납입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침체가 뚜렷한 만큼 판매 가격 동결과 구매 혜택 강화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라면서 "제품·가격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차 업계의 노력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