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부채비율 늘고, 차입금은 현금보다 많아
새 주거 브랜드 '아테라' 경쟁력 확보도 글쎄···"분양경기 불확실성 지속"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재무전문가'로 통하는 조완석 금호건설 사장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았으나 표정이 밝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에 현금흐름 악화,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재무구조 불확실성 확대를 비롯해 아파트 하자, 오송 참사 수사 확대 등 악재가 이어지는 탓이다. 특히 회사가 20여년 만에 새로운 주거브랜드 '아테라(ARTERA)'를 선보이며 박차를 가하는 주거 사업도 국내 주택 시장 불황으로 인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4.3% 감소한 4945억원을 기록했다.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4% 줄어든 15억원을 나타냈다. 기타비용을 차감한 순이익은 -1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사장이 처음으로 받아든 성적표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4년 금호건설에 입사해 전략재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 전무,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업계에서 일명 '재무통'으로 여겨지는 조 사장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적 감소 배경으로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실적 부진,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이 꼽힌다. 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을 보면 주택‧개발을 포함해 전체의 66%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부문 매출이 3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원자잿값 등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96.2%에 달하는 원가율은 이익을 끌어내렸다. 향후 실적으로 이어지는 수주 잔액도 지난해 말 기준 7조925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조8015억원으로 4.1% 감소했다.
이처럼 주택사업에 치중한 사업구조에 따라 수익이 줄고 현금흐름도 악화해 불안정한 재무 상태가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금호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부터 계속 마이너스(-113억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는 315억원이 순유출됐다.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재 구입 등에 사용된 선급금과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지급금이 늘어난 탓이다.
회사는 악화한 현금흐름에 따라 차입금 규모도 지속 증가하며 재무구조도 나빠진 상태다. 1분기 연결 기준 금호건설의 부채비율은 266.1%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포인트(p) 늘어났다. 이 기간 순차입금은 작년 말보다 17.7% 늘어난 1511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유 현금성자산 1106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금호건설의 기업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최근 건설업계 아파트 품질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회사가 시공한 아파트에서 다수의 하자가 발생한 점도 악재다.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시공한 세종시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는 사전점검 과정에서 8만건 이상의 하자가 발생했으며,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1단지에서도 하자가 발생해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오송 지하터널 침수 참사의 수사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조 사장에게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방검찰청 오송참사 수사본부는 지난 3월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데 이어 5월1일 김영환 충북지사를 불러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가 최종 승인한 도로 확장공사 관련 계약안 결재라인에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이던 조 사장의 이름도 포함된 점에서 수사가 조 사장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회사가 20여년 만에 새 브랜드를 내놓고 박차를 가하는 주택사업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는 기존 주거 브랜드인 '어울림'과 '리첸시아'를 대신해 지난달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아테라'를 이달부터 적용, 올 하반기에 7개 단지, 4504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분양 예정 물량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미분양 우려가 커진다. 실제 올 3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이 중 9933가구가 지방이기 때문이다.
박기보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수익성 저하, 운전자본 투자 등에 따른 현금흐름 약화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며 "분양경기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고 예정 사업 분양 성과와 관련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