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예리하다, 간결하다"···타고난 핫해치 '신형 미니 쿠퍼 S'
[시승기] "예리하다, 간결하다"···타고난 핫해치 '신형 미니 쿠퍼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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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에 뿌리 둔 車···호쾌한 가속, 탄탄한 하체, 예리한 조향
패들 시프트 없앤 것은 당혹스러워···노면 충격 부드럽게 걸러내
오리지널 미니서 영감 받은 9.4인치 원형 디스플레이 '눈길'
1965년 몬테카를로 랠리서 활약한 미니 쿠퍼 S
1965년 몬테카를로 랠리서 활약한 미니 쿠퍼 S (사진=미니)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미니 쿠퍼 S(에스)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브리티시모터코퍼레이션(BMC)은 작지만 즐거운 차를 원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S' 배지를 단 성능 중심의 미니 쿠퍼 S 1071을 선보였다. 오일 쿨러를 추가하고 개선형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달아 역동성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BMC는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자 이듬해 배기량을 늘리고 하체를 보강, 운동성을 높인 미니 쿠퍼 S 1275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1964년·1965년·1967년 몬테카를로 랠리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둔 모델의 탄생이었다. 상품성 개선형은 1967년 하반기 나왔다. 하지만 BMC 후신 로버의 방만한 경영 탓에 세대를 잇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니 쿠퍼 S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건 1994년 BMW(비엠더블유)가 미니 브랜드를 인수한 후 7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BMW 산하 1세대 미니 쿠퍼 S는 2001년 등장했고, 오리지널 미니 쿠퍼 S의 고카트(즉각적인 반응속도를 제공하는 1인승 레이싱 카트) 필링을 강조했다. 딱딱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에 매료된 이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2세대는 2006년 나왔으며, 일렉트릭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도입해 이전보다 민첩한 거동을 선사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계 바늘을 한계점까지 보낼 수 있었다. 2014년 출시한 3세대는 200마력에 육박하는 강한 힘,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재빠른 가속을 선사,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며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4세대는 올 초 온라인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미니는 "10년 만에 선보이는 4세대 미니 쿠퍼 S는 경쾌한 주행감과 디지털 혁신을 갖춘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경기 가평 일대에서 신차의 변화를 몸소 체험해 봤다.

(왼쪽부터) 오리지널 미니 쿠퍼 S, 1세대 미니 쿠퍼 S, 2세대 미니 쿠퍼 S, 3세대 미니 쿠퍼 S, 4세대 미니 쿠퍼 S (사진=미니)
(왼쪽부터) 오리지널 미니 쿠퍼 S, 1세대 미니 쿠퍼 S, 2세대 미니 쿠퍼 S, 3세대 미니 쿠퍼 S, 4세대 미니 쿠퍼 S (사진=미니)
신형 미니 쿠퍼 S 정측면(위쪽)과 후측면 (사진=미니)

세대를 변경했지만 플랫폼은 3세대의 BMW UKL(전륜·사륜구동용)을 공유한다. 따라서 파워트레인도 4기통 2.0ℓ(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그대로 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04마력, 30.6kg.m(킬로그램미터). 동력계 최적화를 통해 구형 대비 12마력, 2.0kg.m 높아졌다는 것이 미니의 설명이다.

가속 페달을 짓이기자,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호쾌한 가속이 펼쳐졌다. 속도계도 금세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참고로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킬로미터)까지 걸리는 시간은 6.6초로, 구형과 비교해서 0.1초 줄었다. 수동 변속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당혹감을 일으켰다. 변속 레버는 D(드라이브)와 L(로우, 저단 기어 모드로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만 제공했다. M(매뉴얼)은 사라졌다. 운전대 뒤편에 자리했던 패들 시프트도 자취를 감췄다.

S 배지를 단 미니 쿠퍼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다는 것이, 손맛을 느끼며 조금 더 생동감 있게 차를 몰아붙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게 다가왔다. 탄탄한 하체와 예리한 조향은 이런 아쉬움을 더욱 키웠는데, 굽잇길 진입 전 마이너스 패들을 당겨 회전수를 높이는 동시에 강한 추진력으로 모퉁이 안쪽을 파고드는, 차와 긴밀한 교감할 수 있는 느낌을 접할 수 없어서다. 노면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냈다. 오래 몰아도 엉덩이, 허리 등이 피로하지 않았다. 지난 세대와 비교하면 꽤 친절한 차로 변화했다.

안전 장비에는 △전면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있었다. 이중 반자율주행 기능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선 중앙과 앞 차와의 거리를 파악하며 나아갔다. 장거리 주행 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 미니 쿠퍼 S 운전대(왼쪽)와 변속 레버 (사진=미니)
신형 미니 쿠퍼 S 원형 디스플레이 (사진=미니)

앉은 자세는 낮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직관적으로 띄웠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9.4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는 오리지널 미니 쿠퍼의 원형 계기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품으로,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에어컨·히터 등 각종 기능을 통합 제공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와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신선했지만, 너무 많은 기능이 한 곳에 몰려 있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었다. 특히 속도계와 내비게이션을 동시에 띄울 수 없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게 다가왔다. 타임리스 모드라고 해서 오리지널 미니 쿠퍼 계기판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속도계가 있었는데, 내비게이션을 틀자마자 사라졌다.

음성인식 기능은 똑똑했다. 자연어 처리를 지원해 답답함 없이 △목적지 설정 △전화 걸기 △온도 조절 △날씨 확인 등을 할 수 있었다. 공간은 적당했고,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210ℓ, 60대 40 비율로 접히는 2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725ℓ로 늘어난다고 미니는 설명했다.

가격은 4810만원이다. 이전 세대 값이 460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크지 않다. M 모드와 패들 시프트가 자취를 감춘 것은 안타깝지만, 오리지널 미니 쿠퍼에서 아이디어 얻은 원형의 디스플레이, 세련미를 더한 내외관 디자인 등을 상품성 개선을 이뤘기에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미니는 10월 △엔트리 모델 '쿠퍼 C' △실내 공간을 넓힌 '쿠퍼 S 5도어', 연말 배터리·모터를 단 전기차 버전 '쿠퍼 SE'를 추가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신형 미니 쿠퍼 S 배지 (사진=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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