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3년 뒤부터 1% 혼합 의무를 시작···시설 투자 속도를 높여야"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존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30조원 규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생산 연료를 말하는데, 기존 연료보다 3배에서 6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현재는 시장이 작아 수익성을 논하기 어려우나 전 세계적인 탄소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정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SAF 혼합 의무화 비중을 2050년까지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2030년 6%, 2035년 20%로 단계적으로 상향시킬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를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1% 내외로 SAF 혼합 급유를 의무키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의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에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시설 구축에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지만 현재 정유업계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대규모 투자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나라의 경유 대규모 정책적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액 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지원이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SAF 생산을 본격화 중인 나라들도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3년 뒤부터 1% 혼합 의무를 시작하는데 조속한 시설 구축을 위해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는 항공유 수출 1위 국가며 세계 5위의 정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기반 시설들을 바탕으로 조속한 설비 투자와 생산을 시작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공장에 코프로세싱으로 바이오 원료를 넣어 SAF의 상업 생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첫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춘 SK에너지는 다음 주 말부터 SAF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탱크에 SAF 물량을 모아서 판매된다. 내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공급할 예정이며, 이외의 판매처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국내 최초 폐식용유 등을 이용해 기존 정제설비에서 저탄소 친환경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등 공급을 개시하며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SAF 전용 생산 설비 조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중순 일본 무역업체 마루베니와 계약을 맺고 일본 ANA항공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 SAF 수출에 성공했다. GS칼텍스도 최근 일본 나리타 공항에 5000㎘ 규모의 SAF를 공급했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일본에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