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중 미등기 임원 오너 이재용 '유일'
등기이사 복귀 강행할 수도···내년 1월 '고비'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키워드의 뉴스가 연일 경제·산업면을 도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토록 위태롭게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론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SNS에서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망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확실히 지금의 삼성전자는 이전에 느꼈던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반도체 사업 실적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고 스마트폰과 가전에서도 해외 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창립 55주년을 앞둔 삼성전자에게, 위기가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삼성전자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며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렀다. 이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DNA가 내재돼있다. 본 연재기사는 삼성전자의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찾아본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에 취임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취임 2주년이었던 지난 27일에 이 회장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경영 쇄신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회장의 취임 2주년은 조용히 지나갔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주가가 5만원대에 머물러있는 만큼 임직원들과 주주들을 위한 메시지를 기대했으나 이 회장은 별 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와병 중인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회장 취임 직후에는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벌였다. 주요 성과로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전장사업과 AI 등 미래 먹거리를 육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M&A는 완급조절에 들어갔다. 대신 퀄컴,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며 AI 중심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했다.
지난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재계 오너 자격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비록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 회장의 대외활동 경험과 인맥은 향후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이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과제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가장 큰 과제는 노사갈등이다. 지난 7월 삼성전자에서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있었다. 파업 참여자는 회사 추산 3000명, 노조 추산 6500명으로 삼성전자 DS부문 전체 임직원에 비하면 눈에 띄는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창사 이래 55년만에 첫 파업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삼성전자만 유난히 이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점유율 1위 공약은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장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투자 적기를 놓치면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법리스크 영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장은 2019년 등기이사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이어진 재판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5대 그룹사 중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 중인 오너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노사갈등도 확대되는 만큼 이 회장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2023 연간보고서' 인사말에서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를 타진한다면 그 시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의 불법 승계 재판을 진행 중인 재판부가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하는 만큼 사법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한 후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달 신건 배당 중지를 연장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위기 돌파를 위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시기는 내년 3월 주총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 회장은 경영현장을 방문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메시지를 내놓기는 했으나 등기이사가 아닌 만큼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불법승계 재판은 이 회장 측과 검찰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만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대법원 상고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이 회장은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등기이사로 나설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내년 3월 이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부인할래? 이매리 가짜뉴스들 검찰로 송치하자. 수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