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백미당 제외한 외식사업 정리···10년만에 '백미당' 전면 리뉴얼
남양유업, 백미당 자회사 영업권 양도···업계 "한앤코 볼트온 밑작업"
지난해 폴바셋 외식사업 매출 83.2% 차지···폴바셋 밀도 시너지 노려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국내 유업계 경쟁사 매일홀딩스와 남양유업이 부진한 외식 사업장을 축소하고 각각 '폴바셋', '백미당'을 내세우며 카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홀딩스와 남양유업은 저출산으로 인한 우유 소비층 감소로 국내 낙농산업 위축되며 기존 유가공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실제 낙농진흥회 자료를 보면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kg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해 지난해 26kg까지 하락했다.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에 따라 미국·유럽산 유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경쟁력은 커지며 외식사업의 성과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양사가 장기적으로 저효율 외식 사업장보다는 카페 브랜드에 힘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홀딩스는 자회사인 엠즈씨드를 통해 카페 폴바셋을 내세우고 있다. 엠즈씨드는 2013년 매일유업의 폴바셋 외식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폴바셋 △중식 브랜드 '크리스탈제이드' △남부 이탈리안 외식 매장 '더 키친 일뽀르노'를 운영 중에 있다. 지난해 폴바셋의 매출은 1596억원으로 전체 외식사업 부문 매출(1917억원)의 83.2%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4월 인수한 식빵 브랜드 '밀도'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폴바셋 일원역점에서 밀도 제품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폴바셋 강남구청역점에서도 밀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폴바셋 매장 수(147개점)는 밀도 매장(10곳)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밀도 브랜드의 영업 양수도를 통해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엠즈베이커스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성장하는 B2B(카페·급식 등) 사업과 온라인 시장 등 B2C(일반 소비자 대상)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외식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그간 남양유업은 외식사업부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한앤코는 주력 외식사업으로 백미당을 내세우고 있다. 백미당이 당초 남양유업의 다른 외식사업(△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 △철판 전문점 철그릴)과 함께 정리 대상에 포함됐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고객 충성도(로얄티)가 높다는 점에서 육성 브랜드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백미당 자체 브랜드 매출 성장률을 대외비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 힘들지만 매출 성장세에 있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최근 남양유업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0월 별도 법인 '백미당아이앤씨'로 분리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분사 관련 절차는 연내 모두 마무리된다.
한앤코의 백미당 키우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9월에도 한앤코 체재 이후 약 1년여 만에 부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처음 백미당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현재 매장은 현대백화점 중동점 신규 매장을 포함해 전국 56개다. 특히 최근 남양유업은 백미당의 브랜드 강화를 위해 전 매장 리뉴얼에 나선다. 이는 2014년 백미당 출시 이래 10년만에 첫 리뉴얼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백미당 타임스퀘어점을 시작으로 백미당 본점, 강남358점, 삼청점 등 전국 백미당 56개 매장을 연내에 순차적으로 리뉴얼 할 계획이다.
메뉴 라인업도 강화한다. 백미당 대표 원료인 유기농 우유를 활용한 '얼그레이 밀크티'를 새롭게 선보인다. 향후 유기농 우유와 한국 제철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루이보스, 캐모마일, 페퍼민트 등을 활용한 티와 티 베리에이션 메뉴도 강화할 방침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백미당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백미당 매장 리뉴얼은 물론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도 백미당은 영화관과 패션 브랜드 등 접객력이 우수한 점포들 사이에 입점해 향후 인접 브랜드와 연계한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백미당의 별도 법인 분리를 두고 엑시트(Exit·투자 회수)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 최대주주 한앤코가 과거 웅진식품을 볼트온(Bolt-on) 작업을 펼쳐 벨류업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약 1150억원에 인수한 후 유사 기업인 동부팜가야, 대영식품 등을 인수·합병(M&A)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 작업 후 대만 식품기업 통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 매각 시 백미당의 가치를 높여 포트폴리오 일부로 포함시키거나 백미당도 유사한 방식으로 분리 매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