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량은 135만t, 5년 새 57% 급증···생산량 조절 나서
시멘트업계 "올해 더 어려울 전망···허리띠 죄고 원가 절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연계 산업인 시멘트업계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각 시멘트 업체는 공정 효율화와 원가 절감 등으로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4년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4359만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5023만톤 대비 13.2% 감소한 수치다.
서울파이낸스가 국내 주요 시멘트사 5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시멘트 출하량은 10~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인 쌍용C&E는 전년 대비 15% 줄었고, 아세아시멘트는 약 14% 감소했다. 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는 각각 약 12%, 한일시멘트는 10%가량 줄어들었다.
시멘트 수요 감소로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86만톤 수준이었던 재고량은 △2021년 87만톤 △2022년 111만톤 △2023년 158만톤 △2024년에는 135만톤(예상)으로 늘어났다. 5년 만에 56.9% 증가한 수치다.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대부분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일부 생산설비에 대한 가동 중단을 단행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시멘트업계는 생산량 대부분을 내수 판매에 의존하는 특성상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개 업체는 대부분 겨울철 대보수 기간과 맞물려 시멘트 생산설비인 킬른(소성로) 1~2기의 운영을 중단했다. 쌍용C&E는 겨울철 대보수 기간 보통 2~3기를 멈추는데 현재 3~4기의 운영을 중단했다.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하량 급감에 대응해 각각 2기와 1기를 멈췄다.
문제는 올해 시멘트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협회는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약 8% 감소한 4000만톤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평시 연간 출하량(5000만톤)보다 약 20% 줄어든 규모로, 4400만톤을 기록했던 1997년 외환위기(IMF)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990년 3390만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58위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다른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요 급감으로 내수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가와 투입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의 부담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산업용 전기료 추가 인상 우려가 크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단행했으며, 전기료는 2020년 12월 이후 8차례 오르며 4년 만에 70% 이상 인상됐다.
또한,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시멘트 생산에 핵심 요소인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비용이 커졌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70.8원을 기록했다. 종가가 147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30일(1472.5원) 이후 2주 만이다.
이와 함께 건설사들의 단가 인하 요구와 정부의 중국산 시멘트 수입 검토 등 여러 난관이 산적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최악의 업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년 계획을 세우고 경영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체는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여 내부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IMF 금융위기 당시에도 4000만톤 정도 출하했는데, 올해도 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출하량이 3000만톤대였던 1990년 이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최근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건설 경기 리스크가 해소될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틸지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수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을 해야 하는데, 전력비, 인건비, 수선비 등 비용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비상 대응 전략으로 팀별 비용을 축소하는 등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