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방산 등에 업은 한화그룹, '재계 6위' 자리 넘본다
K조선·방산 등에 업은 한화그룹, '재계 6위' 자리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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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상 최대 실적···한화오션도 조선 호황기 누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인수추진···로보틱스 '푸드테크' 시너지
롯데, 케미칼·쇼핑 주력사업 부진···바이오·메타버스 신사업 수익 '아직'
한화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화그룹)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해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자산 100조 클럽'에 진입한 한화그룹이 올해 자회사의 잇따른 호실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 순위 6위인 롯데그룹과 격차가 크지 않아 올해 순위 역전도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공정자산총액 129조8290억원을 기록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포스코에 5위 자리를 내준 이후 2년째 6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역시 지난해와 같은 7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화오션 인수가 반영되면서 공정자산총액은 전년 대비 29조원 가량 늘어난 112조463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롯데와 한화의 자산 격차는 17조366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한화그룹의 주력사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롯데와 한화의 자리바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의 자산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주력계열사들이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한화그룹은 방산과 조선,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2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0.2% 증가한 수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회사는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 7.3%를 매입하기로 했다. 총 매입 규모는 1조3000억원이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은 30%대가 돼 지배력이 강화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해 조선해양과 방위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조선업 특수를 제대로 누리면서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5%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주축이 된 조선과 방산업의 성장세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8659억원을 투입해 아워홈 지분 58%를 확보했다. 아워홈 이사회 승인에 구지은 전 부회장과 법정 싸움 등 과제를 남겨두고 있지만, 한화의 단체급식 시장 도전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체급식 시장은 그동안 성장 가능성이 낮은 시장으로 평가받았으나 고물가 시대 이후 회사 급식 시설 이용이 늘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워홈은 2023년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여기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도 맡으면서 푸드테크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의 푸드테크 성장동력 확보에 급식시장 점유율 2위인 아워홈은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

한화그룹이 이처럼 기존 사업의 호황기와 함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를 활발히 진행하는 반면 롯데그룹은 기존 사업의 업황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매출 15조7302억원, 영업이익 3339억원, 당기순손실 93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4%가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 가량 줄어들어 적자전환했다. 

롯데지주의 이 같은 부진은 롯데케미칼의 영향이 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20조4304억원, 영업손실 8948억원, 당기순손실 1조80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57.3%,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45배 가까이 늘었다. 경쟁사와 달리 기초소재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산업 전반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 확보를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만기 연장을 모색했다. 롯데월드타워의 현재 가치는 6조원 규모다. 

여기에 전통 주력사업인 쇼핑 역시 온라인 플랫폼의 강세와 고물가 등 영향으로 부진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3조9868억원, 영업이익 47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9%, 6.9% 감소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줄어들면서 98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력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신사업 역시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022년 설립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초기 시설투자와 M&A 비용이 많이 드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당분간 적자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이노베이트 역시 신성장사업인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었다. 

한화와 롯데의 주력사업 성과와 신사업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두 회사의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총액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오는 5월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롯데와 한화의 자리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앞서 롯데는 2010년 이후 13년동안 5위 자리를 유지하며 '재계 빅5'에 이름을 올렸으나 2022년 전기차 호황기에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특수를 누린 포스코의 성장에 5위 자리를 내줬다. 2023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발표 당시 포스코는 자산총액이 96조3000억원에서 132조1000억원으로 2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롯데는 121조6000억원에서 129조7000억원으로 8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롯데는 자산총액이 1500억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재계 상위 10개 그룹사 중 자산총액이 1조원 가량 줄어든 GS그룹 다음으로 성장이 정체된 수준이다. 

롯데는 지난해 8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조직개편과 운영비 효율화, 경영환경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올 한 해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일 내 핵심사업 경쟁력을 회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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