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韓 대표 VFX 기업' 덱스터, CG 하청 넘어 IT 그룹 넘본다
[OTT가이드] '韓 대표 VFX 기업' 덱스터, CG 하청 넘어 IT 그룹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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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미스터 고' 비용 절감 위해 VFX 제작사 설립
'신과 함께'·'승리호' 등 제작하며 성장···中·日 작품도 참여
ILM·웨타와 닮은 탄생 배경 눈길···신사업 통한 차별화 모색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작업에 참여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런칭 포스터. (사진=롯데컬처웍스)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작업에 참여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런칭 포스터. (사진=롯데컬처웍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로 연타석 홈런을 친 김용화 감독은 2011년 차기작 '미스터 고'를 만들면서 난관에 부딪힌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릴라 CG를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찾아갔으나 최소 5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고민하던 김 감독은 국내 시각효과 전문가들을 직접 영입해 '덱스터 디지털'(現 덱스터 스튜디오)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된다. 직접 만든 회사를 통해 김 감독은 할리우드 비용의 절반도 안되는 125억원으로 디지털 고릴라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는 전국 133만명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게 되지만, 김 감독과 덱스터에게는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남겼다. 

'미스터 고'의 성과를 바탕으로 덱스터 스튜디오는 성장을 거뒀고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영화에도 CG 작업을 맡으며 아시아 대표 VFX(시각효과)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덱스터 스튜디오의 자산총계는 886억원, 부채총계는 34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0.7%에 불과하다. 

덱스터는 국내 작품 중에서는 '신과 함께' 시리즈와 '승리호', '더 문', '외계+인', 'PMC: 더 벙커' 등을 맡았다.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2'와 '아스달 연대기' 등의 CG를 작업했다. 특히 최근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전지적 독자시점'의 CG도 덱스터 작품이다. 중국 작품 중에서는 '몽키킹' 시리즈와 '유랑지구'가 대표적인 작업물이며 일본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유유백서'의 CG를 맡았다. 

CG 외에 DI(Digital Intermediate, 색보정 등 작업) 작업도 하고 있다. 주요 결과물로는 '검은 사제들'과 '기생충', '엑시트', '승리호', '마녀', '버닝', '지옥', '고요의 바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영화 '하얼빈'의 색보정과 음향 작업, '서울의 봄'의 색보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밖에 최근에는 덱스터의 자회사인 덱스터픽쳐스가 첫 드라마 '견우와 선녀'의 제작을 발표했다. '중증외상센터'의 추영우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조이현이 주연을 맡았으며 올 하반기 tvN과 티빙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또 AI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 덱스터크레마는 최근 마케팅 테크 기업 오피노 마케팅을 인수하고 사업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덱스터는 앞서 언급한대로 창업 배경이 독특한 회사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CG작업을 하다 "답답해서 내가 만든다"며 만든 회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덱스터의 탄생 배경이 된 '미스터 고'의 디지털 고릴라. (사진=쇼박스)
덱스터의 탄생 배경이 된 '미스터 고'의 디지털 고릴라. (사진=쇼박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VFX를 위해 전설적 VFX감독인 더글라스 트럼불에게 의뢰하려 했으나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 참여하고 있어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 루카스의 요청을 거절한 트럼불은 자신의 조수인 다익스트를 그에게 소개시켜주는데 이때 루카스와 다익스트의 협업이 ILM(Industrial Light & Magic)이라는 회사로 이어지게 됐다. 

ILM은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와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 '아바타', '터미네이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대부분의 CG를 맡게 된다. 특히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작품 거의 대부분에는 ILM의 손길이 묻어있다. 루카스필름의 자회사로 시작한 ILM은 2012년 루카스필름이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매각되면서 함께 디즈니로 넘어가게 됐다. 

ILM 외에 피터 잭슨이 직접 만든 웨타 디지털도 유명하다. 뉴질랜드 웰링턴에 본사를 둔 웨타 디지털은 피터 잭슨이 '천상의 피조물들' CG 작업을 하기 위해 1993년 만들었다. 당시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리차드 테일러와 제이미 설커크, 이후에 대표이사로 합류한 조 래터리는 최근까지 피터 잭슨의 작품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웨타 디지털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 등 피터 잭슨의 거의 모든 작품에 참여했다. 또 '아바타'와 '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혹성탈출' 등 시각효과가 돋보이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CG 작업을 했다(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CG 분량이 방대해 여러 개의 업체들이 참여한다). 웨타 디지털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 제작 당시 웨타 디지털이 CG 작업을 맡으려고 했으나 역시 비용 문제로 크리처 디자인만 진행하기도 했다. 

피터 잭슨은 2020년 웨타 디지털에서 VFX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16억2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유니티에 매각했다. 유니티는 2005년 설립된 게임 엔진 개발 회사다. 

우리나라에는 M83이나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위지윅스튜디오 등 실력있는 VFX 기업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영화감독이 '답답해서 직접' 만든 VFX 기업은 회사를 더 특별해보이게 만든다. 이 때문에 덱스터에게서 ILM이나 웨타의 명성을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선 덱스터의 포트폴리오에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를 '전지적 독자 시점'의 개봉을 기다려보도록 하자. '전지적 독자 시점'은 7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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