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융IT 돌파구는 IFRS
2009년 금융IT 돌파구는 IF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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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상반기 최대 호황 → 하반기 IT투자 냉각
증권사 직격탄 맞아…차세대 연기 속출·IT예산 삭감
IFRS 시장에 관심 쏠려, 회계법인 시장 공략 서둘러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2008년 금융IT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당과 지옥 사이’로 요약할 수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꾸준히 이어지는 차세대시스템의 발주와 IFRS(국제회계기준), AML(자금세탁방지), ERMS(전사적 리스크관리 시스템) 등의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덩달아 IT업체들의 상반기 매출 역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하반기부터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차세대 프로젝트 발주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금융회사의 IT예산은 일괄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상반기의 호황 덕분에 금융IT 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지만,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상당수 IT업체들은 내년 경영 계획을 설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금융IT 시장의 2008년 한해를 정리하고, 2009년을 예상해봤다.

■2008년 금융IT시장 사상 최대 호황
올 한해 IT업체들 중에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업체가 적지 않다. 금융IT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스토리지 업체인 효성인포메이션은 올해 2400여 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하며,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티맥스소프트도 금융권의 차세대프로젝트와 IFRS 특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7년 852억원의 매출에서 2008년에는 1200~13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50% 이상 성장을 한 셈이다.

IT서비스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 역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며, 순항 중이다. 아직 3분기 경영실적까지만 발표됐기 때문에 경기불황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금융IT 시장의 호황이 실적 호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2008년초만 해도 각 연구기관들은 IT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었다.

■짧은 호황, 어두운 2009년
하지만 호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회사의 IT 프로젝트 추진 동력을 상실시켰다. 각 사의 IT부서가 배정된 예산을 소요하기 위해서 연말에 프로젝트를 발주하곤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금융회사의 IT예산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이상 급감했다. 내년 초 자본시장통합법의 발효를 앞두고 준비 중이던 IB(투자은행)시스템은 금기시 단어가 된지 오래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증권사다. 연초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도 급전직하했다. 자연히 프로젝트 연기가 속출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2008년 초부터 추진 중이던 차세대 프로젝트가 2009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일부 증권사는 SI업체들에게 솔루션 및 하드웨어(HW) 선정까지 일괄적으로 맡기는 통합발주를 선호하면서 정부의 분리발주 추진 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회계법인-SI업체의 힘겨루기
하지만 내년 초 자통법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무조건 IT투자를 등한시 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만만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차세대 프로젝트 발주 소식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원장이관과 함께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증권예탁결제원 역시 상반기에 SI업체를 선정해 750억원 규모의 차세대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KTB투자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상반기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MCI(멀티채널통합)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며, 한국증권금융은 2008년 하반기부터 삼성SDS를 SI사업자로 선정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IT업체들은 IFRS 특수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일정 기한 내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특성상 경기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IFRS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회계법인과 SI업체 간의 힘겨루기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단 회계법인이 분위기를 선점하고 있다. 그동안의 IT 프로젝트와는 다르게 IFRS 프로젝트는 회계체제가 변경되는 것이다. 자연히 관련 경험을 많이 쌓은 회계법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각 기업들의 회계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회계법인들은 시장 공략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컨설팅부터 시작해 설계·분석 등의 SI업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솔루션까지 출시하며 전 방위적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SI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자체개발이란 호재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도 대형 카드사의 IFRS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예산이 65억원인데, 이중 컨설팅과 분석 및 설계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에 30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자연히 SI업체에게 배정되는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SDS가 IFRS 시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기술력 없이 사람 장사에 매달려온 SI업체에게 당연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IFRS 시장에서는 회계법인들이 SI업무까지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SI업체를 따로 선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마저 나온다”며 “자체솔루션을 개발하는 회계법인에 비해 SI업체들은 뚜렷한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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