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연차.초과근무 수당 문제없나
'신의 직장' 연차.초과근무 수당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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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불합리하고 실정법 위반"
노조 "오랜 합의사항..변경 불가"

대다수 금융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연차휴가 수당과 시간외근무 수당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신이 내린 직장'의 임금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금융 공공기관이 과도하게 많은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사측도 감사원의 지적에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노동조합은 노사합의에 따라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와 임금 삭감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트집을 잡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해외연수에 연차휴가.."연수도 근무다"
26일 감사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과 금융공공기관 대부분은 국내외 장기학술연수를 떠난 직원에게 연차휴가를 제공하고,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상금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해 왔다.

해당 기관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등이다. 주택금융공사와 코스콤은 자체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는 연수자에게 연차휴가를 얹어주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연수자에게는 연차휴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파견직 근로자에게 그를 파견한 회사와 파견받은 회사가 이중으로 급여를 주는 것과 비슷해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공공기관 근로자는 공무원처럼 퇴직 후에 비교적 `풍부한' 연금을 받지 않는다"면서 "감사원이 공공기관 근로자에게 공무원과 똑같은 복리후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신보 노조 역시 "사측이 보내는 연수는 사측의 필요에 의한 것이므로 근무의 연장이라고 보고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며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실질임금을 줄이는 셈이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유학.연수자에 대한 수당지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감사원의 판단에 일리가 있다고 보여 이를 고치도록 노조를 설득할 계획이지만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간외수당 부당지급.."40년된 합의 사항"
금융기관들은 1964년 노사 합의를 통해 시간외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을 월 183시간으로 못박았다.

이 기준은 최근까지 대다수 금융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적용하고 있다. 사측은 여기에 시간대별 및 휴일 가중치를 적용하고 개인별 시간외근무 시간을 곱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06년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 등에 보낸 예산지침을 통해 시간외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월 183시간이 아니라 209시간이라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유급휴일에 해당하는 일요일 역시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근무시간에 포함돼야 하므로, 통상임금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시간외근무 수당의 기준시간 역시 월 209시간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문제는 해석의 여지가 없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기관만 이 문제를 시정했을 뿐, 다른 곳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부터 기준시간을 209시간으로 변경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사 합의에 따라 40년 넘게 지속된 관행인 만큼 절대 고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산업노조는 "이미 사측과 183시간으로 합의된 사항"이라고 선을 그으며 "시간외근무수당을 법대로 하겠다면, 실제 지급도 법대로 해야 한다. 기관별로 예산상 제약 등을 이유로 실제 시간외근무가 발생해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예보 노조는 "감사원이 업무나 회계상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노동관계에 언급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고, 자산관리공사와 거래소 노조도 "현재의 근로 강도와 복지수준 등을 고려할 때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감사원이 무리하게 `건수'를 잡으려 하는 것 같다"며 `공기업 길들이기' 등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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