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내 인상하나
기준금리 연내 인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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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아직 경기가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의 주요 변수인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도 금리 동결의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3분기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면 4분기에 금리인상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충분히 예상됐었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면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분기보다 2.3% 상승했지만 작년 4분기에 5.1% 급락한 데 따른 반등적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2분기 GDP(계절조정 실질기준)는 241조3천494억 원으로 2007년 3분기의 240조8천86억 원에 머물러 있다. 경제가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해 있는 셈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총수요 압력의 상승으로 물가가 불안해지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오르고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미분양아파트가 쌓여 있는 등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아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특히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자칫 경기회복의 싹을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섣부른 금리 인상은 `재앙' 수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아직도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경기도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용사정도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취업자수는 2천396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천 명이 늘어나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정부의 공공근로사업에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4분기 금리인상 검토 전망
이에 따라 다음 달에도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4분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3분기 경제 회복 속도와 물가 상승폭이 예상을 뛰어넘으면 한은으로서도 금리 인상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 끝에 "당분간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3분기에 몇 달 동안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면밀하게 관찰해보겠다"라고 말해 3분기 경제상황에 따라 금융완화 기조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추정치인 전기 대비 2.3%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3분기와 4분기에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경제 성장세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경우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 총재의 예상치 상단인 2%대 중반을 위협할 경우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과 금융시장 안정에서 물가안정 쪽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점도 금리 인상 검토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이 작년까지 4∼5년 동안 굉장히 많이 올랐지만, 최근 몇몇 나라의 주택가격이 10~20% 내리는 동안에도 우리나라는 별로 내리지 않았다"며 "지난 2∼3개월 동안 나타난 주택가격 회복 기미가 다른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쪽으로 확산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3분기 경제 상황이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짓는 주요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실제 기준금리가 언제 인상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조금씩 견해차가 있다.

3분기에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이 이어진다면 4분기에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3분기 성장에 대해서는 마이너스와 플러스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플러스 성장을 한다면 4분기에 자산시장 과열과 물가상승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이 논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확신 없이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는 시장에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3분기에 1% 안팎의 비교적 탄탄한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4분기에 금리 인상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기뿐 아니라 세계 경기의 회복세도 지켜봐야 한다.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려면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따라 우리도 인상 시기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우리만 홀로 금리를 올리면 내외 금리차를 노린 해외 자금이 국내로 몰려들어 유동성 흡수라는 정책 목표가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1분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시중 유동성이 자금에 목마른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들어가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관점에서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도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경제 주체들까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며 "내년 1분기 전에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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