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관치금융' 결정판 되나
우리금융 민영화, '관치금융' 결정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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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성과 염두한 대형화 집착 '비판'
'KB+우리設' 특혜논란 염두한 여론몰이?
"정부지분 해결 못해"…진정성 논란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연내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비친 가운데 성급

▲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한 민영화 추진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0여년동안 끌어왔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급히 결론내려는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취지는 공감,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넘도록 정부의 그늘 아래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민영화가 늦춰졌다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우리금융 주가가 지금보다 2배 가량 웃도는 2만원대 중반이었다는 점은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시 시장에서는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한 최저 주가를 1만7천원대로 예상했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을 낙하산 인사의 통로로 인식했고 예금보험공사는 외환위기 이후 축소일로의 입지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우리금융의 경우 CEO는 물론 임원급 인사에까지 정부가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의 의중에 따라 경영진이 교체되다 보니 CEO는 단기성과 위주의 실적경쟁에 함몰될 수 밖에 없고, 정부 소유 은행이 은행권의 과당경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웃지못할 사태로 이어져 왔다. 무리한 투자로 인한 혈세 투입도 반복됐다.
외환위기 전후로 13조원 가량이 투입돼 회생한 우리금융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또다시 2조원 규모의 준(準)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를 수혈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 의지는 일단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민영화 자체가 우리금융을 시장으로 되돌려주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정부주도 시장재편 '논란'
우리금융 민영화의 당위성에 이견을 제기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정부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통해 시장재편을 염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밑그림을 그려놓고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각 은행들을 짜맞추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서는 약 7조원의 자금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마땅한 인수주체를 찾기 어렵다.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논리에 따르지 않는 민영화는 관치금융 논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하나+우리 합병설'에 이어 뜬금없이 돌출된 'KB-우리 합병설', 'KB+우리+하나 합병설'도 관치금융 논란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부터 금융권 일각에서는 'KB+우리 합병설'이 KB금융의 리더십 공백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무게를 둬 왔다. 우리금융과의 M&A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KB금융의 리더십 공백사태가 시작된 올초부터다.
이같은 관측은 빅4 금융지주사 가운데 하나인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할 경우 더욱 명확해진다.
현재까지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지 않은 곳은 재일교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뿐이다.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지배구조가 정부 입김을 차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초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1인 지배구조에 불만을 표해온 금융당국 역시 KB금융 사태 이후로 유연해진 모습이다.
금융지주사의 회장-이사회 의장 겸임 문제는 물론, 올 초 주문한 후계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금융권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라응찬 회장의 22년 장기집권에도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의 자기권력화 문제와 함께 여타 금융지주사들의 1인지배구조에 대해 불만을 표해온 금융당국이 KB금융 사태 이후로 여타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KB금융 회장에 정부측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애초부터 KB금융 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던 게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특혜논란 막기 위한 꼼수?
최근 'KB+우리 합병설'이 급부상 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업간 합병추진을 위해서는 양사 경영진은 물론 각 사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B금융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합병을 밀어부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하나+우리 합병설'의 경우 하나금융 경영진의 의지가 강력한 데다 지난해 하반기동안 양사의 합병에 따른 다양한 시장분석이 나온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KB+우리 합병설'은 하나+우리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혜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된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동창으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정책인 '미소금융사업'을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초 취임한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 직전 금융업무와 무관한 서울시향 대표였다는 점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업간 M&A의 경우 경영진의 의중이 핵심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우리 합병설'의 조건은 이미 지난해초에 갖춰진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 리더십 공백사태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대외 이미지는 물론 내부 기강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이미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한 강정원 행장까지 붙들고 있는 정부 의중이 무엇인지는 KB금융 회장 인선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화 집착, 왜?
국내 은행의 추가적인 대형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대형화 집착이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을 제공한 은행권의 단기 성과주의와 다를 게 없다는 쓴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상반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 재편의 일대 변화를 염두하고 있다. 공적자금 극대화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민영화가 정부의 금융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은지주에 앞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 같다"며 "10년 이상 지지부진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1년만에 해치우겠다는 것은 현 정권에서 해결하겠다는 집착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의 추가적인 대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동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최근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3대 은행(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집중도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심한 편"이라며 "경쟁력 강화 전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합병으로 은행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도 '국내 은행 대형화의 득과 실' 보고서에서 "은행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영업지역 및 업무 다변화에 따른 위험 분산, 새로운 수익원 창출 등의 장점이 있다"면서도 "반면 조직의 비대화 등으로 경영효율성이 낮아지는 등 규모의 비경제에 따른 위험요인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형화에 앞서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염두하고 있는 금융지주사간 대등합병의 경우 합병 이후에도 정부 지분이 20~30% 가량 남아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합병 이후 자산규모가 400~500조에 이르는 국내 최대은행을 정부가 지배하겠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회수라는 민영화 목적에서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인위적인 인수합병은 자산규모만 팽창시켜 세계시장 랭킹 순위에 이름은 올릴 수 있겠지만,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심화시켜 은행 본연의 기능인 자금중개기능을 약화시키고 경제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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