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시장, 갈수록 '혼탁'
은행 대출시장, 갈수록 '혼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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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수요 실종…'역마진' 감수
산업·기업銀 등도 경쟁에 가세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대출시장에서의 은행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제살깎기'식 과열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민영화를 앞둔 국책은행들도 개인대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또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수개월간 서울을 비롯한 주요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거래가 실종되면서 주택대출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집단대출을 통해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의 경우 신규분양 관련한 자금수요로, 지난달의 경우 서울 뉴타운 지역과 용인, 화성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촉발됐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598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업은행이 3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전통적인 주택대출 강자로 꼽혀온 국민은행은 오히려 500억원 가량 줄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778억원, 4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주택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출혈경쟁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지역의 경우 대다수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낮은 3% 후반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역마진 우려로 대출확대에 소극적인 틈을 타 중소형 은행들들이 고객기반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형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침체가 주된 요인이지만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민영화도 과열경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수신기반 확대를 목표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하락을 주도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역시 SK건설과 협약을 통해 중도금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민영화에 앞서 가계대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올해부터 소매금융을 추진하기로 하고 우선 기업금융과 연계된 집단대출을 공략키로 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전반에 대한 시스템이 마련돼 소매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타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경쟁구도 다변화가 고객의 편의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역마진 영업이 횡행하는 등 은행권 전체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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