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하도급 상대 횡포 여전해
[서울파이낸스 이승연 기자]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견건설업체들의 '부도 도미노'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과 하도급 계약을 맞는 재하청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어 하도급업체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원도급사인 몇몇 대형건설사들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인 포스코건설과 거래 중이던 한 인테리어업체의 부도로 2차, 3차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도급사인 포스코건설이 부도난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을 모두 공탁했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유치권 행사 중인 하청업체 직원 2명을 용역 30명을 불러 집단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일어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선경종합인테리어는 포스코건설의 해당공사 1차 하도급업체로 2009년 10월 인천송도 하버뷰, 송도 센트럴 파크, 부산 서면 센트럴 스타의 내장공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완공시점인 2010년 9월 경 선경종합인테리어가 부도처리 되면서 재하청 업체들이 인건비 결제대금으로 발행받은 어음을 결제 받지 못한 것.
선경인테리어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는 거미건설, 효성개발, 대한강재 등 5곳으로 이들의 피해액은 송도 하버뷰 현장만 36억원에 이른다. 센트럴스타와 송도 센트럴파크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 "1차 하도급 업체인 선경인테리어에게 공사대금 모두를 공탁했다"며 "하청업체들이 주장하는 미지급 공사대금은 선경인테리어와 계약한 또 다른 공사건인지 포스코와의 공사건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본 거미건설 관계자는 "선경종합인테리어와는 송도 하버뷰 이외에 다른 공사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1차 하청기업의 부도사태에 대한 현대건설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던 (주)세림개발의 사정도 선경인테리어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세림개발은 현대건설이 인천검단 힐스테이트 3차 1, 2단지 조경시설물을 최초 계약한 서해모제스 조경업체와 2010년 6월 울타리 설치공사를 발주 받아 시공했다.
그러나 1차 하청업체인 서해모제스가 자금사정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세림개발은 이미 생산된 알루미늄 주물휀스 자재 및 시공된 부분의 공사대금 보장 및 현장 공정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협의에 들어갔다.
세림개발 측은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재계약하는 업체와 기존 동일한 단가로 계약을 진행할 것이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대금미지급에 대해서 책임지겠다"고 책임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를 믿은 해당업체는 현대건설과 동일한 공정으로 재계약한 씨에프랜드와 지난해 8월 재계약해 공사를 다시 진행했다.
세림개발 관계자는 "씨엔프랜드가 6~8월 공사분에 대한 기성지급을 계속 미루자 현대건설 측이 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라며 "이를 믿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씨에프랜드가 지난 11월 부도처리 되자 현대건설이 말을 바꿨다"라며 "씨에프랜드의 부도를 배제한 이야기였다며 발뺌해 주물 휀스 공사대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라고 성토했다.
현대건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세림개발에 대금지급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으며 서해모제스와 세림개발 사이의 계약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현장 곳곳에서 중견건설업체들과 재하청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동반성장을 외치던 대형건설사들이 발뺌하고 있어 "결국 상생은 공염불이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하도급 계약을 맺은 재하청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피해하청들을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건설전문협회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인건비 경우 상호 연대책임 제도가 있어 구제할 수 있지만 장비, 자제의 경우 1차 하도급 업체가 부도나기 전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채권채무관계를 강제할 수 없지만 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사 직불 신청제도 등 대금에 대해 원도급사가 일괄 보증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